윤호중 "상임위 독식, 대선 때 독" 친전…대선주자는 '법사위 양보 재고' 요구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하면서 당 안팎의 질타를 받고 있다. 1년 2개월간 '법사위'를 사수하다 태도를 바꾼 배경엔 대선을 앞두고 개혁 입법 과제 추진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내 강경파의 반발에 대선주자들도 '법사위 양보 재고'와 '조건부 수용'으로 미묘하게 엇갈린 가운데, 후보 간 공동 행동에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21대 후반기 국회 법사위원장직을 야당에 양보한 것을 두고 일부 당원들은 문자 폭탄, 지도부 사퇴까지 요구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야가 합의한 개혁안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원장은 21대 국회 후반기(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이 맡되, 법사위 권한은 축소된다. 법안 체계ㆍ자구 심사로 한정하고, 체계자구심사 기한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며, 이 기한을 넘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간사와의 협의 또는 상임위 위원 5분의 3 이상 동의 등을 통해 본회의에 바로 부의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야당의 법사위 법안 처리 '발목 잡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경파는 체계ㆍ자구 심사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려우며, '본회의 자동 부의' 기능도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이후 적용된 경우는 극히 소수에 그쳐 '선언적 장치'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당 회의에서 "체계·자구 심사 범위 제한은 국회 해석으로 충분하지만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안전장치를 뒀다고 하지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의원도 "진정한 법사위개혁은 체계자구 심사권의 완전 페기처분이다. 이것이 아니면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협상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후폭풍을 예상하면서도 원내지도부가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내주기로 한 데는 개혁 입법 과제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 개원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국회 관례상 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던 관행대로 법사위원장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자 원 구성 협상이 결렬, 민주당은 상임위 18곳을 독식했다. 이후에도 여야는 원 구성 관련 설전을 이어왔고 그때마다 여당은 "법사위는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동시에 주요 법안 처리 때마다 '야당 패싱' '입법 독주'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태세 전환에 나선 이유다.
이와 관련, 윤 원내대표도 지난 26일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속내를 밝혔다. 그는 "1년 2개월간 원 구성 협상을 끌면서 우리 당은 야당과 언론의 '입법폭주' 프레임에 걸려들고 말았다"며 "독주 프레임을 벗고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이)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있는 지금의 국회 구조를 계속 끌고 간다면 야당과 언론은 우리 당을 더 깊은 독주의 함정으로 빠뜨릴 것"이라며 "새로 선출된 우리 당 대선 후보에게는 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법사위 양보는 국회 정상화와 개혁입법 추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경 지지층은 언론개혁과 사법개혁,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핵심으로 하는 2단계 감찰개혁, 부동산 투기 근절 입법 등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밀어붙이고 있다.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여야 협상을 철회할 경우 상황은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2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여야 상임위 재배분 합의에 대해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한 것이 4·7 재보궐선거 주요 패인이었다고도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를 당내 반발로 철회할 경우 "아주 망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작 다수의 대선주자들도 '법사위 재배분' 관련, 강경파 편을 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의원은 법사위 배분 협상 철회 또는 조건부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대선 경선 후보들에게 법사위양보 재고 및 권한축소를 요청하는 공동입장 천명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박용진 의원은 지도부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야당과의 약속을 지키되, 개혁 입법 추진에 집중하자는 의견이다. 다만 이 전 대표 측도 "그동안 검찰개혁이나 각종 개혁을 가로막고 있었던 법사위 특권이 폐지나 또는 엄격히 제한돼야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이낙연 캠프 상황본부장 최인호 의원)"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대선 주자들의 행태에 대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이 지사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서 문자 폭탄을 받았음을 고백하며 법사위 양보 재고를 호소했다.
다만 이 지사가 제안한 '법사위원장' 관련 공동 행동에는 각 캠프 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본경선 과정에서 후보 연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추 전 장관 캠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다들 입장이 같으면 공동으로 하자고 할 텐데 이낙연 후보가 어깃장을 놨다. 그래서 (공동 행동을) 하게 되면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으로 패가 갈려, 문제 해결보다는 또 다른 분열적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바람직하지 않아 각자 (후보가) 의견을 내고, 그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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