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정책 발표·정책 협약으로 지방 출장…이재명식 선거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경기도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 (2021년 4월 28일,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탓에 '도지사'와 '대선 예비 후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도정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기본적으로 최대한 책임을 지겠다며"며 최소한 더불어민주당 단일 후보가 결정되는 9월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현직 도지사는 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6명(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자체장이 사퇴하지 않고 경선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지사직에 머물러 있으면 오는 12일부터 시작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선 예비후보에 등록을 할 수 없게 된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으면 선거사무소 개소나 홍보 현수막 게시, 예비후보자 홍보물 발송 등 홍보 활동을 할 수 없다.
특히 도정을 맡느라 선거운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충분치 않다. 이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연차 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본 경선행이 유력한 상황을 고려하면 남은 휴가로는 빠듯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도지사의 연차 일수는 1년에 21일(6년 이상 경력)이다. 이 지사와 같은 처지인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경우 (이달 7일 기준) 이미 연차의 3분의 1을 활용한 상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지난해 연가 미사용과 병가 미사용으로 1일씩 가산받아 올해 총 23일 가능하다. 사용한 연차는 현재까지 11일"이라며 "대선 일정과 관련해선 다 휴가 내서 가고 그 외 도청 관련 자체 행사는 출장 내서 간다. (개인 일정과 도정 업무가) 겹치게 되면 중간에 조퇴를 사용한다. (최 지사가 이 부분에) 민감해서 신경 써서 구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청 관계자도 "올해 (양 지사의) 연차휴가는 총 33일로 보면 될 것 같다. (법에 따른) 연차휴가에 병가 미사용을 가산해 1일 추가했고, 2000년부터 생긴 연가 저축제도에 따라 지난해 안 쓴 것에서 권장사용일수 빼고 저축연가일수인 11일 더한 것"이라며 "이번 (예비) 경선 일정 때까지 올해 10일 정도 연차를 쓸 것으로 보인다. 깔끔하게 하기 위해 연차를 미리 합쳐서 냈다"고 설명했다.
<더팩트>는 이 지사의 올해 사용 가능 연차와 남은 연차 일수도 문의했으나 경기도청 비서실, 대변인실 등으로부터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 지사가) 휴가를 며칠 썼는지 알 수 없다. 도지사는 도정과 관련해선 휴가를 거의 안 쓰고, 정치 일정만 업무 시간이 걸릴 때 연차 쓰는 걸로 아는데 (연차 사용일을) 통계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지사가) 도정 이외 정치활동은 휴가 등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도정과 정치 일정을 구분해 추진하고 도정 업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공무원 복무조례에 따르면 남은 연가 일수를 이월해 사용할 수 있는 연가 저축제가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사의 올해 연차는 법상 규정된 21일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밝힌 연차 사용 횟수는 '결혼 30주년'을 기념한 지난 3월 31일과 대선 출마 선언일인 지난 1일 등 이틀간이다. 여기에 민주당 예비 경선 일정에 따라 업무 내 시간에 실시한 비대면 기자간담회(2일), JTBC·MBN 토론(5일), TV조선-채널 A 토론(8일) 준비 과정에서 연차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행보 시간을 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국회 토론회 참석과 정책협약식을 활용한 '공무출장'이다. 국회의원과 다른 지자체장과 공동 정책을 논의하고 정책 협약을 맺으면 도정 업무의 일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올해 총 7차례의 국회 토론회(1월 26일 '경기도 기본주택', 3월 24일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4월 20일 '청소·경비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5월 12일 '비거주용 부동산 공평과세' 및 '청년세대 주거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 5월 20일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 6월 2일 '경기도 기본금융', 6월 22일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개선' 및 '공명포럼 출범식', 7월 6일 '부동산시장법 제정')에 참석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당내 지지 기반이 약점으로 꼽혔던 이 지사가 '세몰이'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한 바 있다.
아울러 이 지사는 지자체 협약 추진을 명분으로 올해 최소 두 차례(6월 4일 대구시와 '디지털 혁신 ICT 융합 신산업 육성 업무협약식', 6월 17일 경기도-경상남도 공동발전을 위한 정책협약식) 지방으로 공무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당시 명분은 '정책 협약'이지만, 친노·친문 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실제 경기·경남도 정책협약 후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원팀이 되어 당면한 파도를 함께 넘겠다"며 당의 원팀 정신을 강조했고, '친문 적자' 김 지사도 다음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를 '친문'이라고 언급하며 이 지사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도정 공백이 우려된다며 대선 경선에 참여하려면 이 지사가 지자체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 6명은 "이 지사는 9월 10일까지 당내 경선에 참여하게 돼 도정 공백 발생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이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이애형 경기도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으로 확산할 증상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도민의 문제를 조금 더 촘촘히 살피라는 경고성이었다"며 "앞으로 (대선) 대장정이 이뤄질 텐데 그 전에 도정 사퇴를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지사는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경기도는 6일 367명, 7일 392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역대 최다(411명)에 근접하고 있다. 이 지사는 도정 공백 지적을 의식한 듯 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분간 방송 등 비대면 이외의 경선활동을 자제하고 캠프 운영도 최소화하겠다"며 "방역 활동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코로나 대유행 방어에 집중하겠다. 저는 지방정부 책임자로서 주권자들께서 부여한 책임을 최우선적으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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