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과 '화학적 결합' 주목…변화·안정 요구 아우를 수 있을까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36세 최연소 당 대표'로 보수 정당 역사의 새 페이지를 넘긴 이준석 대표의 향후 행보에 기대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당장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경선 관리와 함께 당 전면을 개혁하란 과제를 떠안았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서 나경원 후보가 더 많은 당원 지지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안정감 있는 리더십'에 대한 요구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급진적인 개혁 스텝을 밟았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우선 과제 '대선 승리'…'이준석 체제' 시험대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큰 목표는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창출이다. 국민의힘은 최종적으로 이 대표라는 방법론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줄곧 "정당은 버스를 돌려야 한다"며 공정한 경선과 후보들 간 토론 활성화 등을 주장해왔다.
이 대표 체제에서 국민의당과 통합, 장외 주자 포섭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양승함 전 연세대 교수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앞으로 하기에 따라 대선까지 충분히 바람이 일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선됨으로 중도보수 세력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국민의힘에 가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걸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양 전 교수는 "야권 중심의 정계개편이 일어날 거고, 국민의힘에서 새로운 대표 체제에 서로 통합해서 화합을 해나가느냐가 문제"라며 "이 대표가 앞으로 어떻게 국민의힘의 여러 요소들을 활용해 당외 야권 연합을 주도할 수 있는가 봐야 한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 혼자 당선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을 봐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 패배 이후 한 번도 당 쇄신을 한 적이 없다.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건 순전히 문재인 정부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국민의힘을 지지해서 찍은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세대들이 대거 세를 규합해서 기존에 있는 당 주류 기득권 세력을 내쳤느냐, 한 번도 그렇게 한 적이 없다. 대선이 임박해 왔다. 정권교체를 하기 위한 당 지도부 구성을 볼 때 주호영, 나경원 후보는 적절하지 않았다"며 "이 대표가 인지도도 높고, 가장 젊고, 중도도 확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4050 세대는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다. 60대 이후는 국민의힘에 유리하다. 2030세대는 특별한 지지 정당이 없다. 이들이 다음 대선 때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겠나"라며 "이들을 붙잡는 당 대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대표에 대해 "세대교체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했다. 그는 "한국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 상태에서 국민의힘이 이대로는 정권을 탈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변화와 쇄신에 대한 요구가 강력하게 작동한 거다. 한국 정치의 변화의 계기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전통적 당원과 '화학적 결합' 해야…중진과 소통 관건
이번 전당대회 당원 투표에서 이 대표 득표율은 37.41%로 나 후보(40.93%)보다 낮았다. 또한 나 후보와 주 후보 최종 득표율을 합하면 51.16%로 이 후보 최종 득표율(43.82%)보다 훨씬 앞선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원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한 이 대표가 전통적 보수 당원까지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할지 우려가 나타나기도 했다. 만약 이 대표의 개혁적 성향이 지나칠 경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각 개인의 개성과 장점을 존중하고 공존하는 '샐러드볼 정당'을 언급한 바 있다.
박 평론가는 이에 대해 "당원들은 주류와 비주류의 싸움에서 6:4의 지지를 보였다. 만약 이번에 중진들이 단일화했다면 나 후보가 대표가 됐을 것"이라며 "이 대표가 당원을 전체적으로 대표해 통합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진 의견을 무시하고는 당을 이끌어갈 수 없다. 이게 가장 큰 리스크"라며 "그러나 또 변화를 추구하는 당원 다수가 이 대표를 지지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뽑아준 당원들이 큰 변화를 촉구하고 있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수의 당원들이 안정감을 원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할 건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이 상황 속에서 절충점을 찾을 거다. 중진들의 목소리가 당에 상당히 반영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반면 양 전 교수는 "리스크는 당연히 감당하고 가는 거다. 여기서 이 대표가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관측했다.
그는 "다소 불안할 수 있는 요소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잘 유지해 나갈 거다. 왜냐하면 이번이 사실상 보수 세력들이 새로운 개혁적 사고를 갖고 서로 단합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후보가 됐다고 가정하면 별로 희망이 없다. 그걸 우리 뿐만 아니라 당 내에서도 느낀 거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국민들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표 체제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 또한 "나 후보나 주 후보에게도 역할을 맡기겠다고 했으니 이 대표가 충분히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해 나갈 것"이라며 "중진과 이 대표의 갈등이 있을 거란 말도 기우에 불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여러 당내 주자들을 관리하고 공정한 경선을 치를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건데, 중진들도 마냥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덧붙였다.
◆긴장한 민주당(?)…정치권에 새바람 불러올까
정치권은 이 대표의 당선을 '세대교체'·'변화의 돌풍'으로 보고 있다. 보수 정당의 이같은 변화는 대선 경쟁자이자 진보 정당인 민주당에 큰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 당선을 축하하며 변화의 바람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지지도 하락세를 겪고 있는 민주당에게 이 대표 탄생은 견제 대상이자 넘어야 할 산이 될 거란 평가가 나온다.
최 교수는 이를 두고 "민주당이 이제 변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대선 승리를 정말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당내 쇄신과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두고 봐야 하겠다. 문제의식을 많이 느낄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 전 교수는 "민주당은 지금 패닉 상태일 거다. 자신들이 이제 수구 세력이 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말이 진보 정당이지 이제는 오히려 본인들이 기득권 세력이 되고, 개혁 대상이 된 것에 대해 그야말로 엄중한 반성을 하지 않는 한 내년 대선에서 희망이 없다"고 혹평했다.
이어 "국민들은 야당 경선을 보고 기대할 거다. 민주당 경선은 주목 받지 못할 것"이라며 "정당 지지도도 앞으로 1주~2주 안에 더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도 "민주당에게 세대교체의 바람은 굉장히 부담스럽다. 이 대표가 잘해나갈 경우 세대교체의 바람이 이 대표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차단할 대선후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송영길 민주당 당 대표에 대해 "송 대표는 이 대표를 도울 수 있고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라며 "이 대표와 잘 소통하면 굉장히 능숙한 정국을 운영한다고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moone@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