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후보자들 '검찰개혁 추진' 원칙적 동의…연내 처리 가능성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거대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3법, 부동산 관련 법안 다음으로 '권력기관 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내에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축소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인 이른바 '윤석열 힘 빼기 법'에도 힘을 싣는 분위기다. 당 차기 지도부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관련 법 처리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검찰청법, 경찰청법, 국가정보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에 필요한 법안들을 8월 중 입법 완료하고 늦어도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정책위 핵심 관계자는 "권력기관 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총선 직후에는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부터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해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권력기관 중에서도 검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검찰총장을 정조준했다. 당과 정부도 이에 발맞춰 검경수사권 조정안, 검찰총장 수사 지휘권 폐지 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위한 개정안 등을 마련 또는 구상 중이다.
우선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이를 전국 6개 지역 고검장들에게 분산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놨다. 대신 법무부 장관이 고검장들에게 서면으로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총장의 인사권을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검찰총장이 검찰인사위원회에 인사 관련 의견을 듣도록 한 검찰청법 제34조를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바꾸자고 했다.
법무부는 당과 협의해 지난달 30일 검찰의 직접수사(수사 개시) 권한을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6개 범죄로 한정하는 검찰청법 시행령 최종안도 마련했다. 일각에선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가 넓어 검찰 개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검찰청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내에선 '검찰총장 힘 빼기' 입법화에 더 적극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검찰총장을 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대우하고, 총장의 인사개입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검사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에서 총장 의견을 듣는 총장의 인사 의견개진권 조항(검찰청법 34조 1항)을 없애는 내용도 담았다. 법무장관이 총장 의견 없이 바로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자는 것이다.
앞서 같은 당 김남국 의원은 검찰의 '강압 수사'와 '먼지털기식 수사'를 금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대검 감찰 담당 검사의 독립성과 직무수행 우선권을 보장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판사·검사·경찰 등이 부당한 목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 조작하거나 법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등 행위를 하면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는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당에서도 '총장 힘 빼기 법'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후보 시절부터 '검찰개혁'을 강조해온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검찰·국정원·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중 우선 순위이자 중요한 게 검찰 개혁"이라면서 검찰총장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총장을 정점으로 일사불란하게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고 반민주적인 것이다. 총장이 검찰에 주어진 권력을 극대화해서 써보겠다고 하면 검찰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검찰 파쇼'가 된다. 권력을 절제해 사용하게 하거나 총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지휘체계를 분산해야 하는데 검찰 조직 문화가 특이하다. 검찰이 표적을 정하면 죄 없는 사람이 유죄까지 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총장 권한 축소 입법화를 우려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총장의 힘을 빼느냐 넣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옳은 일이냐의 문제"라며 "우선 이미 '검찰개혁'이라고 하면서 검찰 권한 자체를 대폭 축소했다.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이 예다. 지금 개혁해야 할 곳은 경찰"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힘이 많이 빠진 검찰이라고 하더라도 오남용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현재 '개혁안'이라면서 나온 것들은 검찰 내에서 총장이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이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이다.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집중돼 있는 건 수사 및 기소가 일관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법원의 경우 판사마다 다른 재판을 하면 같은 사건에 대해 어떤 판사는 유죄, 어떤 판사는 무죄라고 판결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심 제도가 있다. 하급심이 3심인 대법원을 기준점 삼으면 일관성 있게 통일된 재판이 되는 거다. (법무부 권고안에서) 고검장 중심으로 하겠다는 건 1,2심은 하고 3심은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검장끼리 기준이 다르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의 공정성이다. 그런 공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치적 영향력"이라며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 검찰 권력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 여당이) 얘기하고 있는 것들은 오히려 검찰을 청와대에 종속시키는 방향이다. 당장은 법무장관이 나서고 있지만 장관은 정치인이다. 총장을 배제하겠다는 건 검찰수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라는 개혁의 목표에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명시하자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인데 검찰에 그런 정치적인 영향력은 최소화돼야 한다. 총장은 대통령이나 장관이 검찰 수사에 미치는 영향력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이다. 법무장관과 총장을 상호존중, 상호견제의 관계로 봐야지 상명하복의 관계를 전제로 말하는 건 출발점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법안 처리를 독자적으로 밀어붙일 힘이 있지만 이를 오남용하게 되면 결국 그에 대한 반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개혁' 입법에 대한 긍정과 부정 여론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는 8·29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차기 당 지도부의 입법 의지에 따라 여당의 입법 추진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후보 가운데 '검찰 개혁'에 박주민 의원이 가장 적극적이다. 박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때 적극 참여했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그는 또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당 대표 후보로서 김용민·김남국 법사위원과 함께 출연해 검찰개혁 속도전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공수처 출범을 위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구성에 대해선 "야당 반발로 지연될 경우 9~10월 초 정도에 (후보추천위 구성을 바꾸는) 법을 개정한다면 적기가 아닐까. 10말에 결판을 내야 한다. 당 대표 선출하고 한 달 뒤다. 야당과 협상하고 국민과 얘기해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정·청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한정한 검찰청법 개정안 시행령 관련해서도 "제가 협상했다. (검찰 수사 범위를) 더 줄이려고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또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문제 등 과제를 끊임없이 추진하는 당내 시스템을 만드는 중장기 로드맵을 당 대표가 되면 만들겠다"라고도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 역시 지난달 이른바 당내 검찰개혁 급진파들이 주최한 세미나에 이틀 연속 참여해 "검찰도 집중된 권력이 분배되고 견제되면서 국민의 권익에 더 보탬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검찰개혁의 과제고 목표"라며 "그 목표가 몇 사람의 각성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하기보다는 제도화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외에 있는 김부겸 의원은 두 후보에 비해 관련법 입법화에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김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후보는 검찰개혁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해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통과시켜야 하는데 각 법안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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