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뒤 중태에 빠졌다는 CNN 보도를 시작으로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김일성 북한 전 국가주석 시대(1948~1994)와 김일성 전 국방위원장 집권(1994~2011) 당시에도 비슷한 소문은 흘러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 북한이라는 점에서 여러 추측 보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결국, 진실을 밝히는 것도 의혹의 당사자였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더팩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시대의 '건강 이상설'과 '사망설'은 언제 제기됐고, 어떻게 무마됐는지 등을 3회에 걸쳐 비교·분석했다. <편집자 주>
'일정 기간 잠행→신변 이상 의혹→공식 석상 등장'
[더팩트ㅣ통일부=박재우 기자]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CNN '중태보도'처럼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도 수차례 '건강 이상설'이 나왔다. 다만, 잘못된 보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왜 북한 최고자들의 '신변 이상', '사망' 등 설(設)은 끊이지 않는 것일까?
우선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의 체제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김 씨 3대가 '일정 기간 잠행→신변 이상 의혹→공식 석상 등장' 형태를 보여왔다. 또 ‘심장질환’이라는 가족력까지 더해져 신변 이상설이 끊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근 집중 제기되는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설'에 대해 "인포데믹(가짜뉴스 유행병)"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김정은·김정일·김일성 건강에 대한 잘못된 보도가 많았다"며 "확실한 정보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심장질환' 가족력…젊지만 고도비만이란 점도
김일성 전 주석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모두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김 위원장도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실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가쁜 숨을 몰아 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건강 이상설'이 돌아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인다.
1994년 김 주석 사망 당시 북한 당국은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평소 동맥경화 등 지병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김 국방위원장은 200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수척해진 모습에 일각에선 췌장암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지병을 앓다 3년뒤 결국 심근경색과 심장쇼크 합병으로 사망했다.
또한, 두 정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36세로 추정)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은 2012년 취임직후 주기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작은 키 170㎝에 몸무게 130kg의 '고도비만'과 평소 흡연과 음주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설득력을 더한다.
이 때문에 이번 '건강 이상설'에서 당뇨병 내지는 내당능장애(생체의 포도당 처리 능력이 비정상으로 저하된 증상)가 심장질환 악화를 불렀을 거라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최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국무위원장이 최근 심혈관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 애나 필드 베이징 지국장이 발간한 김 위원장에 대한 저서 '위대한 계승자'에서도 "북한의 최대 리스크 요인은 김정은의 건강"이라며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장병'과 '고도 비만'이라고 적었다.
◆잠행 길어질 때마다 '건강 이상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집권 초기에는 잠행설이 돌때마다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했다', '핵개발을 위해 중국·러시아에 다녀왔다'는 등의 소문도 돌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을 겪고 건강이 악화된 이후로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때마다 '사망설', '건강 이상설'이 끊이지 않았다.
김 국방위원장은 1994년 7월 집권 후 처음으로 잠적했다. 기간은 87일로 최장기 잠행기간을 기록했다. 당시 김일성 전 주석이 사망한 직후라 '권력투쟁', '건강 이상설','쿠데타' 등의 이야기도 나왔지만, 북한은 차후 김 전 주석의 '100일 애도 기간'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한해에는 3차례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2월·9월·10월에 각각 40일 이상씩 사라졌다. 당시 핵 개발을 논의하기 위해 중국에 갔다는 설이 나왔다. 또, 부인이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 유방암과 관련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2008년 8월에는 실제로 뇌졸중으로 80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 처음엔 이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한의 건국 60주년 기념 열병식(10월 10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도 현재 보름째 두문불출하고 있다. 부친 김 국방위원장처럼 20일 넘게 공식매체에 등장하지 않은 적도 여러 번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27일~2월15일(20일), 3월23일~4월9일(18일)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2014년(41일)과 2019년(27일)에도 긴 공백이 있었다. 당시 모두 언론의 관심을 받았는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난 해엔 북미 실무협상을 두고 셈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2014년 40여일간 잠적 당시에는 발목에 생긴 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발목 수술이 알려지기 전엔 국내에서 '쿠데타설', '김정은 위원장 실각설' 등이 떠돌았다.
한편,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위원회 부의장은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위중설·사망설은 전혀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악의성이 있는 보도 같다"며 "남북관계가 잘 진행되는 것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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