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과 사진영상기획부는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TF주간 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 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파는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文대통령 일찌감치 '노타이' 사전 투표…유세 현장에선 갖가지 촌극도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총성이 울렸습니다.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사전투표가 실시되지요. 문재인 대통령은 사전투표 첫날 일찌감치 한 표를 행사했습니다. 선거 당일인 15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은 별도 신고 없이 이 기간에 전국 어느 사전투표소에서든지 투표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선거가 시작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열기가 예상보다 뜨거운 것 같습니다. 사전투표율이 '역대급'으로 높습니다.
-여야는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일 유권자들을 상대로 지지와 한 표를 호소하며 민심 사냥에 총력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시작한 4·15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종반부에 접어든 데다 박빙인 격전지가 많아 선거 열기는 과열되는 양상입니다. 마음이 급하다 보면 감정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 한 주도 정치권에서 주목되는 여러 일이 일어났는데요, 먼저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이은재 의원 이야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 '김종인 바라기' 이은재의 '눈물'(?) 알고 보니
-미래통합당에서 공천이 배제된 뒤 한국경제당으로 간 이은재 의원이 최근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을 따라다니면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돌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지요. 무슨 일인가요?
-네. 지난 7일 미래통합당 강원 현장 선대위 회의 날 있었던 일인데요. 이 의원은 선대위 회의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자처해 "한국경제당이 미래통합당의 제2 비례위성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날 "미래한국당을 찍는 비율은 40%가 안 되는데 나머지가 국민의당 등 다른 당으로 가지 않고 주워 담으려면, 한국경제당이 제2의 위성정당이 되어야 한다"며 "여러 개가 있는 게 위성이고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까지 합쳐져서 위성 정당이 됐는데,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 하나밖에 없어 위성정당의 의미가 별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의원은 거듭 "미래통합당과 함께 이구(2,9) 동성으로 문재인 정권에 맞서 총선 승리에 밑거름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기호 2번인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과 기호 9번을 받은 한국경제당의 연결성을 강조한 것이죠.
-한국경제당인 이 의원이 김 위원장의 공식 일정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김 위원장이 나섰던 지난 1일 경기 안양 지역구 후보 지원 만남과 지난 5일 충북 청주 지원유세에도 이 의원이 등장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경제당 정책발표회에 참석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날 김 위원장은 '이 의원이 왜 만나러 왔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잘 모르겠다"고 답하며 다음 일정으로 이동했습니다.
-이 의원은 김 위원장의 이 발언 직후 위와 같은 독자 기자회견을 한 건데요. 이 의원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자 당황한 취재진은 왜 우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작년에 여러 번 기소를 당했는데, 선대위 회의를 보면서 감회가 깊었다"고만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있었던 취재진의 이야기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이 의원의 기자회견에 염동열 미래한국당(강원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 의원이 동석하기로 했었는데, 염 의원은 일정 탓인지 먼저 자리를 떴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확보에 열을 올리던 이 의원의 마음을 몰라줘서였을까요. 이 의원의 눈물은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 '총선과 거리 두기?'…文대통령, '노타이' 눈길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4·15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했습니다. 대통령도 한 명의 국민으로서 신성한 선거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일찍 투표를 마치셨네요?
-그런가요? (웃음)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했습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노영민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 참모진도 함께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제7회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사전투표 기간에 투표했습니다.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입니다.
-지난주에도 잠깐 언급됐었지만, 문 대통령의 의상이나 넥타이에 관심이 쏠렸는데, 결과는 '노타이'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전부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정치인들의 넥타이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죠. 요즘 같은 선거철에는 일종의 '마케팅'으로도 쓰이고요. 특히 색에 따라서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문 대통령은 넥타이 없이 흰 셔츠'만' 입었습니다. 정장도 회색이었고요.
-지난 지방선거 때 남색 정장에 파란색 줄무늬가 들어간 넥타이를 맸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파란색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상징하는 색이죠. 같은 날 총선 사전투표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파란색' 넥타이를 맨 것도 당과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사전투표한 박 시장의 부인 강난희 여사도 푸른색 재킷을 입었고요.
-문 대통령의 '노타이'는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이번 총선과 관련해 일말의 오해가 없도록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청와대는 이번 선거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측면에서 여당을 돕는 것 아니냐는 오해와 논란 생산을 원천 차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보수정권 대통령들은 어땠나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되기 직전 해인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을 상징하는 빨간 재킷을 입고 투표했습니다. 아무래도 여성이다 보니 재킷에 '포인트'를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다스(DAS) 실소유 의혹에 따른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땠을까요? 옛 자료를 찾아보니, 2012년 제18대 대선 때는 당시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팥색에 가까운 넥타이를 맸습니다. 붉은색 계열이죠. 부인 김윤옥 여사도 분홍색 한복을 입었네요. 시간을 좀 더 되돌려보면,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때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습니다. 이때는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당색이 파란색이었기 때문입니다.
◆"黃, 사랑하느냐" 기습질문에 당황한 이낙연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첫 토론회가 6일 있었죠. 두 후보가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 위원장과 황 대표도 기자들과 같은 대기실을 썼는데요. 녹화장소로 이동하기 전, 모여있는 기자들에게 이 위원장은 가벼운 목례를, 황 대표는 "코로나 때문에 악수는 못 하겠네요"라면서 지나갔습니다. 이어 토론 시작 전 녹화장소에서 준비하는 모습도 직접 봤는데요 이 위원장은 정치 입문 선배답게 허리를 꼿꼿하게 들고 정면을 응시한 뒤 말을 내뱉으며 연습하는 반면, 황 대표는 책상 앞에 놓인 원고를 읽는 모습이 대조적이었습니다. 두 후보의 각기 다른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네요.(웃음)
-그런데 이 위원장이 토론회에서 말실수를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리허설 때 카메라 테스트 과정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사전 추첨으로 모두발언을 먼저 한 황 대표가 "우한 코로나"를 언급했고, 이어 이 위원장이 "우한 코로나로 얼마나 큰 고통과 불편을 겪는지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이죠. 이를 본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라고 정정했습니다. 저는 '긴장한 나머지 직전에 말한 황 대표 말을 따라한 게 아닌가'하며 넘겼는데 이 말실수가 꽤 논란이 됐죠. 특히 사실 확인 과정에서 이 위원장 측이 "'우한 코로나'라고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는데요. 결국 나중에 녹음파일을 들은 뒤에야 사과하며 마무리됐습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단순한 해프닝인데 캠프 측이 강력 부인하면서 일을 키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토론회 도중 황 대표가 '사회자가 보충질문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하며 토론이 5분 이상 멈춘 일도 있었습니다. 황 대표의 문제제기에 당황한 사회자가 토론 진행 방식을 설명하며 "발언 기회 다 드렸다"며 토론을 이어가려 했지만 황 대표는 서너 차례 '발언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사회자 말이 맞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 위원장과 황 후보 모두 첫 토론회여서 그런지 긴장을 많이 했던 듯합니다.
-이 위원장이 '황 후보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는데 이건 어찌 된 영문인가요?
-토론회가 끝나고 이날 나온 발언들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답변을 끝낸 이 위원장이 이동하려 하는데 유튜버로 추정되는 한 50대 남성이 소형 카메라를 들이대며 이 위원장에게 "토론회 끝났는데, 황 후보를 여전히 사랑하세요?"하고 기습 질문을 던진 것이죠. 저도 바로 옆에 있었는데요. 이 위원장의 당황한 얼굴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황당 질문'이라는 게 표정에서 보였습니다.(웃음) 이 위원장은 "제가 사랑한다고 말한 적은 없죠. 제가 사랑한다고 말하면 국민들이 설마 그러실까 하는 부분에서 미워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죠. 미워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습 질문을 재치있게 잘 넘겼다고 평가하고 싶네요.
-'사랑하느냐' 질문까지 나오게 만든 이 위원장의 '황 대표를 미워하지 않는다' 발언은 지난 4일 서울 명륜동 유세 때부터 였는데요. 그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요? 페이스북에 "이들을 미워한다.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냐"라는 글을 썼던 황 대표도 최근에는 "저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습니다"라며 입장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의 막말 논란, 비하 발언은 여전히 쏟아지고 있네요.
◆김종인의 말실수, 당을 너무 자주 바꿨나?
-총선이 종반부로 이어지면서 말실수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당명을 틀렸죠?
-네, 그렇습니다. 김 위원장은 9일 서울 중랑구 상봉동 상봉터미널 팔각정 앞에서 진행된 지원유세 연설 중 '미래통합당'을 '더불어민주당'으로 잘못 말했습니다. 당시 "이번에도 서울시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차지하도록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를 많이 국회에 보내시면 문재인 정부가 시행하는 모든 실정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지원유세를 많이 다녀서 그런가요? 당을 옮겨 다니다 보니 헷갈려서일까요. 그런데 처음이 아니죠.
-맞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부산 지원유세 중에도 "부산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봤을 때 최종적으로는 통합당이, 민주통합당이 압승하리라고 믿는다"며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이라고 잘못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잘못 말한 민주통합당은 2011년 12월 민주당과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뜻을 모은 정당으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지난 7일에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도 미래통합당을 민주통합당이라고 같은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했던 경험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 4년 만에 다시 당을 옮기다 보니 아무래도 혼돈한 것 같습니다. 통합당 내부에서도 고의적인 실수가 아닌 피로감과 합류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그렇군요. 사실 선거철 당명을 바꿔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득 지난 19대 대선 당시 박지원 의원이 생각납니다. 2017년 4월 1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출정식에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박 의원은 연단에 올라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문재인이 되어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의 대선 후보는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였습니다.
-박 의원은 실수가 알려지자 "안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가 일부러 한번 실수를 해봤습니다"라고 웃어넘긴 바 있습니다. 당시 박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아침마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를 향해 비판하면서 '문모닝'이라는 말까지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론 김 위원장이 당명을 실수하는 게 얼마나 민주당을 이기기 위한 생각을 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일을 앞두고 곳곳에서 '막말'이 나와 논란입니다. 남은 유세 기간만이라도 '막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재우 기자, 박숙현 기자, 문혜현 기자, 한건우 영상기자(이상 정치팀), 장우성 정치사회 에디터, 임영무 기자, 배정한 기자, 이새롬 기자, 남윤호 기자, 임세준 기자, 김세정 기자(이상 사진영상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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