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코로나19 '심각'] 입국제한 조치 102국…정부, 일본엔 맞대응

  • 정치 | 2020-03-07 11:00
우리 정부는 6일 전날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정부는 6일 전날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에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와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이스라엘·베트남과 일본은 달라…한일관계 특수성 때문"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약 세계 102개국이 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섰다. 우리 정부로서는 각 국의 불가피한 조치에 항의와 함께 국내 상황을 설명하지만, 바이러스 공포에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6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발 여행자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지역은 총 102곳이다. 유엔 회원국(193개국) 기준으로 보면 세계의 절반이 넘는다. 특히 일본 정부는 5일 한국이나 중국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조치를 취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사실상 입국금지라고 할 수 있는 조치를 내렸다.

외교부는 6일 "일본 측에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음에도, 우리와 충분한 협의도 없이 불합리하고 과도한 조치를 취한 데 대해 극히 유감을 표한다"고 항의했다. 청와대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포함해 필요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몇시간 뒤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 상응조치를 발표했다.

조세영 외교부1차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일본으로부터 유입되는 감염병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며 "우리 정부는 선진적이고 우수한 방역시스템을 기반으로 일본의 조치에 대응하고 효율적인 검역시스템으로 일본으로부터 유입되는 감염병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일 부로 △사증면제조치와 사증 효력정지 △사증 발급시 건강확인 절차 △일본발 입국자에 대해 14일 격리조치 △일본 전지역을 2단계 여행자제로 상향 조정 등 4가지 방침을 발표했다.

이 조치를 취한 배경으로는 "우리가 주시해 오던 일본 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방역대응상의 취약 부분이 지적되고 의문이 제기돼 온 점을 감안한 것"이라며 "일본 내에서는 검사 건수가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낮고 코로나19 감염상황이 상당히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역노력과 대비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베트남 당국은 한국발 여객기를 하노이와 차량으로 3시간가량 떨어진 꽝닌성 번돈공항에만 착륙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하노이행 항공편을 운항 중이던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공문이 전해진 뒤 긴급회항하기도 했다. 사진은 아시아나 항공기의 모습. /더팩트DB
베트남 당국은 한국발 여객기를 하노이와 차량으로 3시간가량 떨어진 꽝닌성 번돈공항에만 착륙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하노이행 항공편을 운항 중이던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공문이 전해진 뒤 긴급회항하기도 했다. 사진은 아시아나 항공기의 모습. /더팩트DB

우리 외교부에 사전통보나 조율 없이 입국제한 조치를 가한 국가도 일본 외에 이스라엘, 베트남 등이 있었다.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정부는 성지순례를 한 뒤 귀국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입국금지절차를 내리고 관광객 400여명을 전세기 2편을 동원해 한국으로 귀국시킨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정부와 사전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베트남에서도 의사소통이 부족해 우리 여객기가 회항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베트남 당국은 한국발 여객기를 하노이와 차량으로 3시간가량 떨어진 꽝닌성 번돈공항에만 착륙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하노이행 항공편을 운항 중이던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공문이 전해진 뒤 긴급회항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스라엘 대사대리와 베트남 대사를 초치하면서 항의를 했지만, 이들과의 갈등은 단순 헤프닝으로 무마되는 모양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베트남의 경우와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면서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의사소통에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전 대사는
익명을 요구한 A 전 대사는"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국내정치적 요소가 많이 가미 돼 있다"면서 "외교부 장관이 직접 초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뉴시스

익명을 요구한 A 전 대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스라엘이나 베트남 등 관련해서 항의하거나 초치하는 정도로 양국관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일본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국내정치적 요소가 많이 가미 돼 있다"면서 "외교부 장관이 직접 초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의도도 마찬가지고 우리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보고 그에 따라서 반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종문 한신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과의 현재 국면에 대해 "불필요하게 서로 자극하지 않는 쪽으로 의사소통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입국제한을 결정했을지라도 그 과정에서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은 조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이례적으로 외교부에서 직접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에 강력 항의했다.

jaewoopark@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