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권 교수 "中, 한반도에서 남북한 모두 관리"
[더팩트ㅣ외교부=박재우 기자]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5년 6개월 만에 방한한 뒤 떠났다. 방한 기간 도중 왕이 부장은 연이어 미국에 대한 견제 발언을 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안갯속에 휩싸이고 있다.
그는 방한 첫날인 지난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주장해 왔다"며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고 다른 나라의 내정 간섭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해 사실상 미국을 겨냥했다.
방한 이틀째인 5일 한국 '우호인사' 오찬 공개연설에서도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온갖 방법을 써서 중국을 먹칠하고 억제하며 발전 전망을 일부러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 배후에는 이데올로기 편견도, 강권정치 오만도 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이 부장의 '내정간섭' 발언은 최근 홍콩 문제로 미국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법안'을 제정한 것에 대한 비판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등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공조에서 한국이 약한고리라고 보고 한미동맹을 악화시키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경제문제에서 다양한 이슈로 퍼지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패권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진전을 보이지 않는 북미협상에서도 향후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지난달 27일 "한때 북한에 관한 미·중 협력을 고무했던 북한 비핵화의 공동 목표는 사라졌다"며 "중국이 북한의 영구적인 핵보유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아울러, 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방북 당시 대북제재로 힘들어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 관광 중국인을 2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도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반도에 남북한 모두를 관리하면서 한반도 내에서는 미국과 전략적 균형을 노리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북미 핵협상에서도 중국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한·미사이에 논의로 부상돼 왔던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미사일 방어 체계(MD)에서의 한국 참여 여부, 한·미·일 안보 협력이 동맹체제로 갈 것이냐는 의문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이 부장의 이번 방문에 대해서는 "중국의 전략적 군사·안보적 이익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는 강한 입장 표명이 있었을 것"이라며 "미·중의 전략적 경쟁구도가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이고 한미동맹과 관련해서도 중국 자신의 국익을 위해서 개입하려고 하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12월에는 한·일 수출규제 협상,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있어 우리 정부는 향후 동북아 정세에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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