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여성 '디자이너 클럽' 날카로운 비판, 파격 제안 수용 여부 주목
[더팩트ㅣ국회=허주열 기자] 내년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더딘 총선 행보를 하고 있다. 인재영입은 시작부터 꼬였고, 보수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혁신도 보이지 않는다. 당 일각에서 '중진 용퇴론', '쇄신'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에 대한 지도부의 뚜렷한 답도 없다.
총선 전략 수립을 위한 총선기획단도 인적 구성부터 여당에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15명 중 4명을 2030으로 채웠고, 여성도 5명이다. 특히 정부와 여당에 쓴소리를 자주 했던 금태섭 의원도 포함시켜 주류, 비주류, 청년, 여성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구성했다.
◆'청년·여성' 소외된 한국당 총선기획단
반면 한국당은 12명 중 2030은 없고, 여성도 한 명(전희경 의원)뿐이다. 각 정당이 내년 총선의 초점을 2030 공략에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인적 구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난 11일 회의에서 여성·학부모의 니즈를 파악하고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제안할 우맘(Woman-Mom) 디자이너 클럽(17명), 청년의 니즈를 제안할 2030희망 디자이너 클럽(15명)을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 관계자는 "'2020 총선 디자이너 클럽'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들이 총선기획단에 부족한 여성·학부모, 청년들을 위한 총선 기획, 공약 개발, 비전 설정에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0 총선 디자인 워크숍'에선 총선기획단 소속 박맹우 사무총장, 이진복·전희경·이양수·추경호·이만희·홍철호·김선동 의원, 원영섭 조직부총장, 김우석 당 대표 상근특보 등이 참석해 여성·청년 유권자의 니즈를 경청했다.
이 자리에선 한국당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총선 전략에 대한 파격적 제안이 쏟아졌다. 2030 청년들은 △한국당의 메시지 공감 부족 △1차 인재영입 비판 △여당과 대비되는 총선기획단 인적 구성 △인적 쇄신 미비 △청년 정치인 및 청년 문제 대안 부족 등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진복 의원은 "여러분들의 눈높이에서 공천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나름대로 만들겠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논의를 하고, 오늘 나온 얘기들도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은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맡기기 어려운 현실 △경제 허리인 40대의 경제적 어려움 △교육정책의 잦은 변동 △장애인에 대한 부족한 대책 △한국당의 낡은 이미지 등을 지적했다.
김선동 의원은 "(민심을 청취하기 위한) 회의 대상으로 전문성 있고, 성공하신 분들만 많이 보는데 주부님들을 자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교육, 세금, 일자리, 자아실현 등 포괄적 문제를 모두 안고 있는 이들과 자주 회의하는 게 진정으로 국민께 다가서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낡은 이미지 탈피, 대대적 인적 쇄신 제안에 공감
워크숍 '청년들이 그리는 세상' 세션에선 한국당이 나아갈 길과 총선 전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약속을 지키는 정당 △서울, 경기권 외 타지역도 고려한 공약 제안 △수구꼴통 이미지 변화 △공천심사위원회에 10년 이상 된 베테랑 보좌진 포함 △당에서 사회적 인재를 정치적 인재로 키우기 △구체적이고 직관적 담론 제시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특히 금융업에 종사하는 34세의 한 청년은 "2~3명의 청년이 (정치권에) 들어가서는 바꿀 수 없다. 기득권을 가진 분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2030을 대량으로 뽑아야 한다"며 "바뀌려면 그들에게 정치를 시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 조직부총장은 "한국당의 현 이미지는 별로다.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도 탐욕스럽고 호통치는 노인"이라며 "이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좀 더 고민하고, 훌륭한 보좌진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특보는 "민주당과 우리 당의 기획단 인선이 비교된다. 제가 내부에서 여성·청년을 보완하자고 얘기했지만, 어떻게 흘러 지나갔다"며 "보완하기 위해 이 모임을 하는데 이 정도도 수용 못하면 변할 수 없다. 여기 있는 세 그룹의 대표들이 들어와야 한다. 총선은 인적 쇄신이 필요하고, 사람을 바꾸지 않으면 다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1977년생) 같은 사람을 한번 만들고 정치를 확실히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철호 의원도 "청년·여성이 집단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 생각한다"며 "만약 현행 선거법대로 (총선을) 한다면 2030 남녀에게만 비례대표직을 줘야 한다"고 했다. 워크숍에서 나온 청년·여성들의 비판과 제안에 공감하는 총선기획단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듣기만 하고 행하지 않는다면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소외된 계층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한 한국당 총선기획단이 실제 행동으로 변화된 모습, 참신하고 파격적 전략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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