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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민주당, '82년생 김지영' 논평 철회에 정치권 '갑론을박'

  • 정치 | 2019-11-04 16:47
민주당 장종화 청년대변인의 '82년생 김지영' 논평에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출연진. /김세정 기자
민주당 장종화 청년대변인의 '82년생 김지영' 논평에 정치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열린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출연진. /김세정 기자

'남녀갈등 재점화' 논란…하태경 "민주당은 청년에게 사죄해야" 두둔

[더팩트|국회=문혜현 기자] 지난달 31일 장종화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의 '82년생 김지영' 논평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젠더갈등에 관한 장 대변인의 논평을 놓고 비판과 지지가 엇갈리며 논란이 되자 결국 민주당은 3일 '당 입장과 다르다'며 해당 논평을 철회했다.

하지만 정치권 내에서 논평과 관련한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되려 "청년대변인 논평 철회한 민주당은 청년입장을 대변한다고 말할 자격 없다"고 장 대변인을 두둔했다.

하 의원은 4일 오전 바른미래당 변혁 전체회의에서 "청년 마음 대변하라고 청년대변인 뽑아놓고 그런 논평을 내놓자 짓밟아버린 민주당은 청년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 영화는 대부분 제 세대와 그 윗세대 이야기다. 20, 30대 청년들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화와 많이 다르다"며 "지금 청년들은 이 이전세대와는 또 다른 차별과 어려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20, 30대 남성들은 그 이전세대 남성들과 동일한 그런 특권이 없다. 민주당 청년대변인 논평은 이런 청년들 어려움도 좀 헤아려 달라는 이야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그런데 민주당은 그 조차도 논평 철회와 삭제로 짓밟았다"며 "민주당은 청년들에게 사과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장 대변인은 "영화 자체를 놓고 남녀갈등으로 가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며 "씁쓸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해찬 대표와 장종화 대변인(맨 왼쪽), 김민재 대변인(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청년대변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앞서 지난 10월말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놓고 장 대변인은 "영화의 존재 자체가 소위 '페미니즘'의 상징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는 그 지점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김지영이 겪었던 일 중에 한두가지는 우리 모두 봤거나, 들었거나, 겪었다. 이는 거꾸로 '82년생 장종화'를 영화로 만들어도 똑같을 것"이라며 "여러 맥락을 알 수 없는 '남자다움'이 요구된 삶을 살았다"고 주장했다.

장 대변인은 "김지영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것은 성별과 상관없이 우리가 얼마나 서로의 입장과 생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왔나 하는 점"이라며 "김지영같은 '세상 차별은 혼자 다 겪는' 일이 없도록 우리 주변의 차별을 하나하나 없애가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당신과 나는 서로 죽도록 미워하자고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밝히며 논평했지만 해당 글은 당 안팎을 막론하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3일 민주당은 해당 논평을 "당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른 점이 있어 철회한다"고 밝혔다.

김민재 민주당 비상근 청년대변인은 SNS에 사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동료 청년대변인의 논평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많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는 상근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당내 시스템 때문에 논평의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동료 청년대변인의 논평이 어떤 주제로, 어떤 내용으로 작성되는지 몰랐다는 것, 그래서 해당 내용에 대해 내부에서 먼저 비판하고 바꾸지 못했다는 점에서 저는 더욱 강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김 대변인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이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현실 그 자체"라며 "'남성도 차별받고 있다'는 동의할 수 없는 근시안적인 주장은 '남성 기득권자의 변명'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극도로 사실적인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현실을 통렬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과 자기반성 없이 역사는 단 한 발자국도 진보할 수 없다"며 "저를 포함하여 기득권자인 남성들 모두, 스스로가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논평을 향한 세간의 비판과 현 상황에 대해 "씁쓸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원래는 김지영을 통해서 여성이 살면서 겪은 차별이나 문제,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자는 게 문제의식이고 방향이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는 영화를 본 것 자체만으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이 영화를 보면 페미 혹은 남혐이라고 불리는 등 남녀 갈라치기가 되는 것 같았다"며 "그 현상을 보고 말한 건데, 그게 남자도 힘들다는 식으로 돼 버려서 씁쓸했다"고 했다.

장 대변인은 "제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라며 "저도 아이를 셋 키우고 있다. 첫째를 키울 때 육아를 도맡아서 한 경험이 있어 영화에서 김지영이 느끼는 삶의 허무함, 육아에서 오는 삶의 압박을 개인적으로 많이 공감했다. 그래서 더욱 영화 자체가 남녀갈등으로 가면 안 된다는 뜻을 전하려고 했던 거였다"고 설명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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