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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환의 '靑.春'일기] 文대통령, 꿈 같은 희망과 국론 분열

  • 정치 | 2019-10-16 05:00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취재수첩에 담긴 메모에 가깝습니다. 객관적 내용보다 취재 중에 직관적으로 드는 개인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일반 독자의 시각과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 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임명 반대 여론 높은 데도 조국 임명…어려움 속에서 의미 찾았으면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14일 오후 춘추관에서 여느 때처럼 일하고 있었다. 노트북을 두드리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브리핑룸은 조용했다. 그런데 조금씩 부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수석·보좌관 회의가 한 시간 미뤄졌다는 공지 메시지를 받았다. 왜 연기됐는지 설명은 없었다.

이때 한 지인으로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조 전 장관이 당일 오전 특수부 축소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차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던 터라 반신반의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엠바고가 걸린 조 전 장관의 사퇴문을 받고선 의심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왜 수보회의가 미뤄졌는지 짐작했다.

아마도 다른 기자들도 소식을 들었던 모양이다. 일부 기자는 급하게 브리핑룸에 자리를 잡았다. 또 다른 기자들은 전화 통화를 하며 바삐 움직였다. 잠시 바깥바람을 쐬러 나갔더니, 수보회의 취재기자들이 춘추관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들 뒤로 춘추관 담장 밖 곧게 뻗은 소나무들이 갈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월 9일 조 전 장관을 후보자로 지명한 뒤 나라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숱한 의혹들이 쏟아졌고, 정치권은 공방에만 치중하며 민생은 나 몰라라 했다. 거리로 나온 국민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었고, '조국 블랙홀'로 인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대통령의 지지율은 임기가 후반부를 향할수록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임기 반환점을 앞둔 상황에서 지지율이 뚝뚝 떨어진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조국 사태'로 나라가 혼돈에 휩싸였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일단락됐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14일 오후 장관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는 모습. /이동률 기자
지난 두 달여 동안 '조국 사태'로 나라가 혼돈에 휩싸였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일단락됐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14일 오후 장관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를 나서는 모습. /이동률 기자

그런 의미에서는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사퇴한 조 전 장관은 문 대통령과 현 정권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달여 동안 만신창이가 되면서도 검찰 개혁을 이루려는 그의 의지가 얼마나 컸을지 미루어 짐작해 본다.

다만, 반목과 갈등이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꼭 조 전 장관을 택하는 것이 최선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큰 진통과 혼란을 겪었고, 이로 인해 깊은 상처가 남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셈법에 따라 '포스트 조국' 정국으로 끌며 국민 사이의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 씁쓸하다.

앞서 문 대통령 역시 "정치적 의견의 차이가 활발한 토론 차원을 넘어서서 깊은 대립의 골을 빠져들거나 모든 정치가 그에 매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의 사퇴한 지금, 왜 우리 사회는 극명하게 갈렸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조 전 장관 사퇴 전 국론 분열 양상이 뚜렷함에도 문 대통령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외면했다. 애초 조 전 장관의 임명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은 절반을 넘었으나, 그대로 밀어붙인 점은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특히 조 전 장관 딸의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젊은 층의 반감은 상당했다. 문 대통령이 외친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사회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 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은 충분히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이 언급한 '꿈 같은 희망'의 문제는 자의적 판단에 의한 '일방 통행'이었지 않았나 싶다.

인도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두 달여 간 나라를 혼돈에 빠트린 '조국 사태'의 근본적 이유를 살펴봤으면 한다. 그리고 더는 제2의 조국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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