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강경화, 4월 文 순방 당시 김현종과 언쟁 인정…외교·안보라인 갈등 우려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지난달 22일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이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춘추관을 두 차례 찾았다. 한 번은 그 이튿날 지소미아 종료 배경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 또 한 번은 닷새 뒤인 28일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시행과 관련해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두 차례 대언론 브리핑을 할 때 김 차장의 모습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국어로 말하는 데 영어를 쓸 때 나오는 특유의 발음이 묻어났다는 점이다. 미국의 명문대로 꼽히는 대학(컬럼비아대)과 대학원(컬럼비아대)을 졸업하고 글로벌한 이력을 갖고 있는 그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를 바라보고 있자면 말투뿐 아니라 그의 태도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날카로운 눈빛,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솔직함, 거기에 당당한 태도의 카리스마까지. 지극히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김 차장의 이미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있었던 김 차장이 별안간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17일 오후 한때 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김 차장이 1위였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며 '삭발'을 강행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보다도 높았다. 알고 보니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언쟁을 벌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강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김 차장과 다툰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끼리의 다툼을 공개 석상에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툼의 발단은 문 대통령의 순방 당시 김 차장이 외교부가 만든 문건을 지적하며 외교부 직원을 몰아붙이자 강 장관이 "우리 직원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제지했고, 이에 김 차장이 "잇츠 마이 스타일(It's my style)"이라고 맞받아쳤다고 한다. 또 언쟁 말미엔 영어로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현재 이 정도까지만 알려졌다.
강 장관과 김 차관이 영어로 다툼을 했다는 점에서 서로 감정이 격해졌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감정이 격해지다 보면 아무래도 편한 말이 먼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더라도 사실 영어로 언쟁을 벌였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한국 외교의 정점인 외교부 수장과 외교·안보 정책 등 핵심 업무를 맡는 인물이 서로 마찰음을 냈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는 별일 아니라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외교부와 안보실 간에 서로 충돌이라든지 갈등이 심하거나 그러지는 않다"며 "기사를 보고 너무 확대해석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일을 하다보면 조금씩 이견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보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대단히 서로 의견이 달라서 같이 일할 수가 없는 등 그런 상황은 전혀 아니다"면서 "지금도 외교부와 안보실 사이에는 협의와 논의들이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청와대의 입장처럼 일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들이 그것도 대통령의 순방 길에서 언쟁을 벌였다는 것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일 '경제 전쟁', 한반도 비핵화, 지소미아 문제, 한미관계 등 굵직한 외교 현안들이 쌓인 엄중한 시기에 고위 외교 당국자 간 갈등이 확인된 이상 국민의 우려는 클 수밖에 없다.
강 장관이 공개적으로 김 차장과 언쟁을 인정한 것은 그저 솔직함 때문일까. 고위 당국자 간 충돌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것은 또 다른 배경이 있지 않을까 싶다. 최소한 어느 한쪽은 감정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청와대와 외교부의 갈등이 있다는 반증이 아니겠냐는 평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게다가 차관급인 김 차장이 "내 스타일"이라고 강 장관에게 말한 부분을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알려진 대로만 본다면, 직원을 혼내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점에서 다소 부정적으로 보인다. '외국에선 할 말은 해!'라고 되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김 차장이 참여정부시절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아 동등한 입장으로 여기고 맞받아친 거라면 그것 역시 문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원팀(One Team)'을 강조해왔다. 지난 9일 조 장관을 비롯한 신임 장관들을 임명한 뒤에도 "우리에게는 스타플레이어도 필요하지만 '원팀'으로서의 조직력이 더더욱 중요하다"며 "자신의 소관 업무뿐 아니라 모든 사안에 함께 고민하는 원팀임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당부는 무색하게 됐다.
외교 라인의 최선봉에 선 이들의 다툼에 대해 문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할까. 누구보다 생각이 많아질 문 대통령이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문 대통령과 의견 충돌을 빚은 총리급들로부터 "내 스타일"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면?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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