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일 남한 때리기… 트럼프, 한미연합훈련에 '비용' 이유로 불만 표시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북한이 남한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연일 무력시위를 벌이며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매체를 통해 남한을 압박하면서 남북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친서 내용 일부를 공개하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북한과 미국이 상호 실리를 추구하면서 그간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입지가 위축된 모양새다.
북한은 남한을 향해서는 날을 세우면서 미국에는 대화의 손짓을 보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형적인 '통미봉남' 전략이다. 특히 북한은 한미연합훈련과 우리 정부의 F-35 등 최신 무기 도입 등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해왔다. 무력 도발이다. 북한은 지난 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두 발 쏜 이후 나흘 만에 또다시 동해상에서 미사일 두 발을 쐈다.
미사일이나 방사포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쏜 것은 올해 들어서만 7번째다. 청와대는 북한의 무력 도발이 있을 때마다 강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북한의 무력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매체를 통해서도 남한 정부를 직격하고 있다. 그것도 대놓고 남한을 겨냥한 비난과 막말로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거나 적절히 해명하기 전에는 남북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라는 담화를 보도했다.
권 국장은 "지난번에 진행된 우리 군대의 위력 시위 사격을 놓고 사거리 하나 제대로 판정 못 해 쩔쩔 매여 만 사람의 웃음거리가 된 데서 교훈을 찾을 대신 저들이 삐칠 일도 아닌데 쫄딱 나서서 새벽잠까지 설쳐대며 허우적거리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라고 조롱했다. 특히 "그렇게도 안보를 잘 챙기는 청와대이니 새벽잠을 잘 자기는 코집이 글렀다"며 사실상 문 대통령을 겨냥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새벽잠을 설치지 않으셔도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흔들리는 남북관계는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와 관련해서도 엿볼 수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통 전화를 하고 있냐'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북측에서 응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1차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지난해 4월 20일 문 대통령 집무실에 직통전화가 놓였다. 당시 청와대는 "앞으로 남북 정상들이 언제든 전화로 연결되는 상황을 맞이했다"고 했으나, 남북 정상이 통화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남한 때리기'에 집중하는 북한은 미국과 대화 기조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공개하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끝나는 즉시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이 훈련이 종료될 때 시험 발사도 멈출 것이라고 했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을 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북한의 태도에 호응한 것이다. 애초 미국은 그간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맞대응 성격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후반기 한미 지휘소연습에 대해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드는 훈련"이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사실상 북한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이어 한미동맹도 흔들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등에서 실익을 챙기려 하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현재 남·북·미 관계는 지난 6월 30일 정상들의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이후 상호 관계와 비핵화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는 관측과 다른 양상이다. 무력 도발과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가는 북한과 사실상 수수방관하는 미국의 틈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적 입지가 줄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색 국면에서 중재 역할을 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역할도 축소될 전망도 제기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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