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트럼프-김정은, '분단 상징' 판문점서 역사적 만남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DMZ(비무장지대) 판문점을 방문해 정전선언 66년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전날 한국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적극적으로 김 위원장과 DMZ에서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결국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토록 DMZ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기 원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DMZ 회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전날(지난달 29일)부터다. 그는 이와 관련 "오늘 아침에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본다면 DMZ 방문 및 김 위원장 회동 요청은 그의 즉흥적 성미로 인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구상을 이미 전부터 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진행된 자신들과의 인터뷰에서 DMZ 회동 구상을 밝혔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사안의 민감성과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바로 공개하지는 못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DMZ에 위치한 한미 연합군 기지 캠프 보니파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DMZ 방문은 오래 전부터 계획했다"며 "어제 저녁 김 위원장에게 가볍게 인사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막판에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내용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이 구상은 이미 일찌감치 끝냈지만, 그 내용을 즉흥적으로 꺼냄으로써 극적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차·2차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깜짝 발표 등을 통해 매번 그러한 효과를 노린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소를 DMZ로 정한 것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DMZ는 역사적·상징적으로 의미가 큰 곳이다. 6·25 전쟁과 분단의 아픔, 냉전의 흔적인 DMZ에서 미국의 지도자와 북한의 지도자가 만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한다. 평소 어떤 결정을 할 때 의미와 파급력 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DMZ 만남 또한 같은 방식으로 구상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월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냉각기로 접어들었던 북미 관계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열흘 전 재선을 위한 선거 활동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DMZ 회담 성공을 통해 자신에게 긍정적인 여론과 치적을 쌓으려 한다는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재선 준비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DMZ 회동을 통해 자신을 '외교관'이자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을 부각할 수 있는 대표적 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긴장이 흐르는 남북 접경지에서 아무리 짧더라도 김 위원장과 만난다면 전대미문의 장면 연출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에 부합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이날 회동을 통해 '일단' 성공했단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의 역사적 남북미 만남이 이뤄졌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계획보다 훨씬 길었던 약 50분 이상 단독 회담을 갖기도 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김 위원장이 거절했다면 오히려 '역풍'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효과의 극대화를 노리기 위해 일종의 도박을 한 셈인데,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정전 협정 이후 66년 만에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 마주 앉은 세기적 만남이 이뤄졌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땅을 밟기도 했는데, 현역 미국 대통령이 북측 땅을 밟은 것은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이 또한 어떤 의미나 기록을 세우기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관측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MDL 경계석 앞에서 김 위원장에게 "넘어가길 바라냐. 내게도 영광이 될 것 같다"고 물어보기도 했다.
외신들도 이날 판문점을 주목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집중 보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처음 밟은 대통령이 됐다고 주목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을 '쇼맨'에 비유하면서, 늘 언론에 주목받기를 바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극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표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서로 따뜻하게 맞아줬다"며 양국 간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부정적 시각도 있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사진 찍기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판을 극복하기 위해선 추후 북미 관계에 실질적 진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비공개 회동 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 내 실무팀을 구성해 실무 협상을 하겠다"는 말과 함께 "김 위원장이 희망한다면 언제든지 백악관 방문할 수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백악관을 방문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상당해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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