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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이러지도 저러지도'… 황교안의 딜레마

  • 정치 | 2019-06-14 05:00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한 불만이 당내에서 터져 나왔다. 취임 100일을 막 넘긴 황 대표가 당내 불만을 어떻게 진화할지 주목된다. /임영무 기자
최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한 불만이 당내에서 터져 나왔다. 취임 100일을 막 넘긴 황 대표가 당내 불만을 어떻게 진화할지 주목된다. /임영무 기자

'막말·친박 청산·국회 복귀' 당면 과제… "黃의 넘어야 할 관문 시작"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취임 100일을 막 넘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최근 당내 반발에 부딪히며 위기를 맞닥뜨렸다. 문재인 정부 투쟁 대오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원팀을 강조한 황 대표가 '딜레마'에 빠졌다.

당내에서 터져 나온 불만의 목소리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황 대표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현재 황 대표는 '막말'과 '친박 청산' '국회 복귀' 등 어려운 숙제를 떠안고 있다. 무엇하나 쉽게 매듭을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첫 번째로 당내 '막말' 논란이다. '다이너마이트'(김무성), '달창' (나경원), '한센병'(김현아), '김정은이 더 낫다'(정용기), '골든타임 3분'(민경욱), '걸레질'(한선교) 등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이 연일 구설에 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황 대표는 지난 5일 "더 이상의 잘못(막말)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황 대표로서는 국민 여론이 돌아서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한 태도이다. 그러나 당장 당내 반발이 나왔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여당 대표는 하지 말아야 할 불법선거운동도 거침없이 총력 질주하고 있는데, 야당 대표는 풀어야 할 입까지 틀어막고 있으니, 선거 결과가 걱정된다"고 따졌다. 황 대표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천렵(川獵)질'에 비유해 거듭 막말 논란에 휩싸인 민경욱 의원에 대해 "아무거나 막말이라고 말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이라고 두둔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황 대표가 "또다시 국민 마음에 상처를 주고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언행이 나온다면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태도로 경고했던 것은 여론 때문이다. 그동안 지지율 결집에 도움이 됐던 강한 수위의 비판들이 더이상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당내에서 발언이나 행동을 제한하는 듯한 경고에 대해 곧장 반감이 생기면서 황 대표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최근 탈당까지 시사하며 당 지도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이덕인 기자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최근 탈당까지 시사하며 당 지도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날렸다. /이덕인 기자

두 번째로는 '친박 청산'이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인 신상진 위원장은 지난 6일 B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탄핵사태까지 있었고, 그 뿌리인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의 많은 후유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역 의원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기본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공천) 물갈이 폭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박(親 박근혜)계를 겨냥하는 듯한 신 위원장 발언에 이번에도 곧바로 반발이 나타났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참을 만큼 참았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한국당의 기천 명 평당원들이 여러분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탈당 선언을 할 것"이라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신 위원장은 12일 오전 t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저는 '친박을 학살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친박 청산 계획'은 오해였다고 해명했다.

신 위원장의 발언들엔 황 대표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중도층을 끌어오고, 당이 혁신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친박계를 밀어내야 할 황 대표이지만 탈당까지 거론되자 주춤한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탈당 사태까지 벌어지면 황 대표도 타격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는 '국회 복귀'다. 한국당은 지난 4월 말 여야 4당의 선거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처리 후 약 한 달 이상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 상황이지만, 대여 투쟁만 외치고 있다. 여론도 한국당의 장기 투쟁에 부정적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딜레마에 빠진 황교안 대표를 향해
한 한국당 중진 의원은 딜레마에 빠진 황교안 대표를 향해 "민심에 따라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동률 기자

이에 지난 12일 장제원 의원은 "단 하루를 정치하더라도 너무도 뚜렷한 민심 앞에서 눈을 감고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침묵'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의 중심'인 국회는 올스톱 시켜놓고, 당 지도부의 스케줄은 온통 이미지 정치뿐"이라고 정면 반발했다. 길어지는 장외투쟁으로 국회가 완전히 멈춰선 상태가 길어지자 당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 지도부가 출구전략을 찾지 못하는 데 대한 지적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여전히 당내에선 '빈손으로 국회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명분 없는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박맹우 의원은 13일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 모두발언에서 "우리 당 안에서도 '국회 정상화' 주장이 일부 있는 것 같다"면서도 "패스트트랙 법안은 망국의 법안이며 영원히 우리의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제도인데, 이를 저지하는 투쟁까지 해놓고서 흔들려서는 안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비공개 회의에서도 '빈손 복귀'가 있어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 등 지도부로서는 선뜻 복귀를 결정하기도, 장외 투쟁을 이어가기도 부담이 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러한 황 대표 상황에 대해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는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아주 곤란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자니 욕을 먹거나 심하면 당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중요한 건 민심이다. 황 대표가 당내 목소리에 갈팡질팡하기보다는 민심에 따라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황 대표의 '딜레마'다.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지금까지 100일간 자기 입장에선 나름 지지층도 결집하고 리더십도 확보했지만, 이제부터 황 대표가 넘어야 할 관문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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