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정계 은퇴' 유시민에 "100% 돌아온다" 장담하기도
[더팩트ㅣ이원석 기자] 보수, 진보 진영의 대표적 정치인 유튜버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4일 공개한 합동방송 '홍카레오'를 통해 140분간 여러 정치 현안을 놓고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특히 민생경제와 관련 현 정부 경제정책을 옹호하는 유 이사장을 향해 홍 전 대표가 "대한민국이 참으로 불행해질 것"이라고 맞서는 등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방송을 마치면서는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는 등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모서리 조금만 다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고, 홍 전 대표는 "정말 내공이 깊어졌다"고 칭찬했다. 두 사람이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손을 잡는 모습이 화면에 담기기도 했다.
각각 두 사람의 유튜브 방송인 '홍카콜라TV'와 '알릴레오'를 합친 유튜브 방송 '홍카레오'는 이날 오후 11시 30분 각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애초 10시 공개 예정이었으나 두 채널 모두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약 1시간 30분가량 늦어졌다. 두 사람은 이날 오전 오후에 걸쳐 강남 모 스튜디오에서 사전 녹화를 가진 바 있다.
사회는 CBS 출신의 변상욱 국민대 초빙교수가 맡았다. 먼저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은 어색한 분위기 속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변 교수는 예정된 본 토론 주제를 꺼내기 전 각 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유 이사장은 대권 도전 의사를 가진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현재로선 10여명 정도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다들 괜찮다"고 평가했다. 홍 전 대표는 우선 자신과 관련해 "난 (야구로 치면) 불펜으로 물러나 있다"면서 "(한국당도) 불펜에 (후보들이) 많다. 공개되지 않은 인물도 있다"고 했다.
이어진 본 순서는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이 각각 준비해온 키워드를 번갈아 뽑아 그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키워드부터 두 사람은 팽팽히 맞섰다. 가장 먼저 유 이사장이 준비한 '보수진보'라는 키워드를 변 교수가 뽑았고, 유 이사장은 "홍 전 대표는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며 보수의 핵심 가치와 진보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홍 전 대표가 "보수의 기본 가치는 자유이고 진보의 기본 가치는 평등"이라고 답하자 유 이사장은 "동의한다"면서도 "우리나라의 보수 우파라고 하는 분들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데 그 분들이 자유를 되게 탄압했다"고 반박했다. 홍 전 대표가 다시 "정권을 운영하는 데 공과가 다 있다. 그러나 한 부분만 보고 단죄를 해선 안 된다"고 하자 유 이사장은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한 건 아니다. 저는 어쨌든 (보수 진영이 과거) 잘못했던 점은 시원하게 인정하고 털어버리고, 자유 가치를 확실하게 들고 가면 좋겠다는 건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홍 전 대표가 준비한 '한반도 안보' 키워드에선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만든 이유 등을 놓고 두 사람이 상반된 견해를 주고받았다. 유 이사장은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하기 위해 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고 주장했고 홍 전 대표는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우파들이 자신감이 좀 부족하다고 본다. 북한을 왜 무서워하냐. 적화통일도 자기들이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북한은 지금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고,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 군사균형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기 때문에 GP를 파괴하고, 사단을 해체하면서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냐. 국방력을 약화시켜 북한과 대등한 전력을 맞추려고 국방정책을 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어 정치권 최대 현안이었던 '패스트트랙'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홍 전 대표는 "1987년 이후 선거법, 게임 룰에 관한 문제는 항상 합의를 해왔다"며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유 이사장은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는 다양해지는데 정치는 두 개의 거대한 정당으로 쪼개져서 서로 집권여당, 제1야당이니 평생 망할 일이 없다. 그래서 이걸 100%는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당과 정책 노선에 대해 점유율을 반영해주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이사장이 말을 마치자 홍 전 대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말을 번지르르하게 한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민생경제'와 '양극화' 등 경제 관련 키워드에서도 두 사람은 입장이 판이하게 갈렸다. 홍 전 대표는 "서민경제가 최악"이라고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했고, 유 이사장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성과가 나오려면 더 힘있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최근 한국 경제 지표 등 통계 자료와 관련 상반된 해석을 내놨고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 인식이 그렇다면 내년 선거는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라는 불행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홍 전 대표에게 약간 실망했다. 경제 토론을 할 땐 좀 더 실사구시적으로 할 줄 알았는데 불펜에서 경제 공부를 안 한 거 같다"고 맞받아쳤다.
마지막 키워드 '노동 개혁'에서 홍 전 대표는 "강성노조를 제압하지 않고는 나라를 살릴 길이 없다"고 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독일 노조가 가장 세지만 파업일수가 가장 적다. 하지만 노조가 기업 경영의 모든 정보를 다 열람할 수 있어서 신뢰를 갖고 타협이 가능하다"며 "홍 전 대표가 개탄하는 현상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노조만의 일인가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제도를 포함해 논의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개혁 관련 유 이사장이 말을 끝낸 뒤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많이 유해졌다"고 평가하며 분위기를 풀었다. 홍 전 대표는 또 웃으며 "10년 전보다 깐죽거림도 없어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유 이사장 또한 유쾌하게 "면전에 대고 깐죽댄다고 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받아쳤고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 손을 잡으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방송을 마무리하면서 홍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유 이사장에 대해 "제가 볼 때는 100% (정계로) 돌아온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홍 전 대표가 "제가 보기엔 유 이사장이 곧 등판할 것 같다"고 하자 유 이사장은 "그런 일은 절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홍 전 대표가 "'절대'는 스님 담뱃대"라고 말해 좌중이 폭소했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은 "의논해보고 생각해보겠다"며 추가적으로 다시 합동방송을 진행할 가능성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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