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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정치인들 끝없는 '막말'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 정치 | 2019-05-23 05:00
'달창', '사이코패스', '한센병' 등 정치인들의 막말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막말에 '지지층 결집' 등의 의도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새롬 기자
'달창', '사이코패스', '한센병' 등 정치인들의 막말이 국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막말에 '지지층 결집' 등의 의도가 있다고 내다봤다. /이새롬 기자

"막말해도 다음 선거에서 또 당선된다"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정치인들의 '막말'이 하루가 멀다고 나오면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입에 담기 민망한 표현은 물론, 갈수록 수위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도 막말 논란이 연달아 터졌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당 집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단어인 '달창('달빛창녀단'의 줄임말)을 사용해 뭇매를 맞았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5·18 39주년 기념식을 찾으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라고 표현했다. 이에 김현아 한국당 대변인은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고통을 느낄 수 없는 '한센병'"이라고 맞받아쳤고,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누리꾼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이해할 수 없다',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막말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의 강한 발언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분석한다. 첫째, 지지층 결집 의도다. 정치인들이 막말을 할 경우 자기 진영 지지층의 결집이 이뤄진다는 계산 아래 의도적으로 강한 발언을 한다고 분석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대구 집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달창'(달빛창녀단)이란 단어를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새롬 기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근 대구 집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달창'(달빛창녀단)이란 단어를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새롬 기자

이는 단적으로 최근 몇 년간 보수 진영에서 막말 논란이 잦았다는 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진영 지지층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런 보수 진영에선 홍준표 전 대표와 같이 발언 수위가 강한 정치인들이 인기를 끌었다. 상대 진영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할수록 지지층은 열광했다. 그러면서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게 되고 흩어졌던 지지층이 돌아오는 등의 효과를 불러온다는 시각이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제 (강한 수위 발언으로 인한)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다"며 "한국당을 보면 황 대표 선출로 인해 지지율 상승이 되기도 했지만 막말 논란이 벌어지면서 지지층 결집이 더 세게 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지지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정치인 개개인의 인지도 상승을 위한 막말이 나오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발언 수위를 높이게 되고 그것이 막말로 이어지는 경우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사회가 전체적으로 거칠어지고 강퍅해진 면이 있다. 요샌 학생들도 쉽게 욕을 하는 문화"라며 "그러다 보니 튀기 위해선, 자기를 부각하기 위해선 더 강한 발언, 센 발언이 필요한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황교안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라고 표현했고,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센병 환자'라고 말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더팩트DB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황교안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라고 표현했고, 김현아 한국당 의원은 이에 반발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한센병 환자'라고 말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더팩트DB

이 소장은 최근의 SNS 환경과 보도 행태가 '막말'을 더 부추긴다고 보았다. 이 소장은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엔 SNS를 통한 핵심 키워드 중심의 보도가 영향을 미친다. 막말을 해서 이슈가 되면 SNS에서 돌면서 '이 사람 누구야' 하며 인지도가 상승하고, 그것이 보도되는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며 "이는 자기 지지층 결집뿐만 아니라 반대쪽 지지층의 욕을 먹으면서도 이슈가 커지고, 인지도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정치인들이 이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당 대변인들도 이런 현상이 큰 고민거리라고 했다. 대변인 출신의 한 정치인은 통화에서 "평소 논평을 내면 관심을 받지 못해 보도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런데 조금만 발언 수위를 높이면 바로 반응이 온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자극적이고, 수위가 높은 발언, 표현들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강한 발언이라고 해서 꼭 지지층 결집과 같은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소장은 "(막말에는) 지지층 결집 효과도 있지만, 중도층의 혐오 심리를 자극해 그들을 '무관심층'으로 돌린다. 두 가지 효과가 병행되는 건데, 이게 장기간 이어지면 정당 지지율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며 "나 원내대표의 '달창' 논란 등이 그 예다. 약한 지지층을 떨어뜨리기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서 막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율 교수는 "막말을 해도 다음 선거 때가 되면 별문제 없이 다시 당선된다"며 "막말에 대한 '역효과'가 별로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막말 후 지지층 결집이 이뤄지는 것처럼 같은 진영 내에선 유권자들이 막말을 쉽게 용인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막말을 했더니 다음 총선에서 떨어지더라, 이런 학습효과가 있으면 당연히 막말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그런 일이 없다"며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막말한 정치인들에 대해선 자기 성향을 떠나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는 모습들을 유권자들이 보여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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