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16명 차관급 대규모 인사…출신 지역 불균형 '뒷말'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14일 금요일 이른 아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문자메시지로 춘추관 출입기자단에 10명 안팎의 차관급 인사 단행이 있을 것이라고 공지했다. 장관급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나 연말에 일어난 뜻밖의 '깜짝 인사'였다. 출근길에 문득 감찰반 사태 등 어수선한 청와대와 국정 과제의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일선 정부 부처의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처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이날 오전 9시 23분 청와대발로 인사 명단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실제 인사 대상은 10명 안팎을 훌쩍 넘긴 16명이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최대 규모였다. 일단 취재 기자는 정부 인사가 있으면 '출신'을 따진다. 나름의 분석인데, 기초적으로는 성별, 연령대, 출생 지역과 학력, 경력 등의 발자취를, 심층적으로는 대통령 및 청와대 핵심 인사와 관계와 인맥과 인연 등을 살핀다.
가장 중요한 인맥 요소로 꼽히는 혈연, 지연, 학연을 먼저 살펴 읽는 이가 알기 쉽도록 정리하는 작업이지만, 우리 사회를 가르는 이러한 '연줄'을 완전히 끊을 수만은 없을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감성이 번졌는지, 지연 학연 등을 따져 영전을 축하하며 줄을 댄다는 얘기가 과거나 지금이나 건너 건너 들리니 참으로 '웃픈' 현실이라는 생각에 입맛이 썼다.
각설하고, 명단을 정리하면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하나는 기획재정부 1, 2차관을 모두 교체한 점이다. 문 대통령이 경제 정책의 실무 책임자를 바꾸면서 불황에 늪에 빠진 경제를 국민이 체감하는 수준으로 살리는 성과를 내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문 대통령은 이달 들어 주로 경제 현안을 챙기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호남 인사가 대거 중용됐다는 점이다. 이번 인사에서 호남 출신은 전체 16명 중 5명으로 가장 많았다. 황서종(전남 강진) 인사혁신처장, 이호성(전남 광양) 기재부 1차관, 정무경(전남 나주) 조달청장, 이병구(전남 해남) 국가보훈처장, 김일재(전북 순창)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임위원이 호남 출신이다. 특히 광주 동신고 출신이 3명이나 됐다. 이 부분에 대한 입장을 청와대에 문의했지만, 회신은 없었다.
수도권(서울 2명·경기 2명·인천 1명) 출신은 호남과 같이 5명이었다. 충청권에서는 4명이 발탁된 데 비해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출신은 1명씩 포함됐다. 강원과 제주는 없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인사 배경에 대해 "추진력‧실무경험‧혁신성을 중심으로 정책현장 전문가를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출신 성분'이 죽을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우리 사회 문화를 의식해 과거 정부는 '탕평'을 인사의 핵심 요소로 삼았다. 조선 후기 영조가 당쟁을 해소하고 인재를 고루 중용하기 위해 만든 정책인 탕평책이 모티브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지역균형 인사를 하겠다고도 했고, 지난해 취임 이후 새 정부를 꾸리면서 '탕평 인사' 원칙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을 살펴보면 영남 출신 6명, 수도권과 호남 출신 각각 6명, 충청 출신 3명으로 출신 지역은 비교적 균형을 잘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 말 단행된 2기 내각에선 수도권(6명), 영남권(5명), 호남권(4명), 충청권(3명) 순이었는데, 이때도 지역 안배를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차관급 인사는 지역 불균형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바른미래당 정책위원회가 지난 9월 발표한 '문재인 정부 낙하산·캠코더 인사현황’에 따르면, 정부 출범 이후 1년 4개월 동안 임명된 340개 공공기관의 임원 1651명 가운데 365명이 '캠코더'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 잡음은 문재인 정부로선 뼈아프다. '촛불'을 등에 업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을 기조로 내세웠고, 이 중 박근혜 정부의 '수첩 인사'도 적폐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보다 엄정한 인사 잣대가 드리워져야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번 차관급 인사 문제로 말들이 많다. 성별 지역별 학교별로 등으로 줄을 세우는 우리 사회 문화가 잘못일까. 오롯이 탕평에 실패한 인사권자의 문제일까. 국민대통합을 이루고자 한다는 문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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