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요청 야3당 없이 예산안 처리 합의한 민주·한국당 맹비난
[더팩트ㅣ국회=이원석·박재우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 합의 소식에 곧바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6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국회 로텐더홀에 앉았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손 대표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눴다. 단식을 말리려는 모양이었다. 손 대표는 괜찮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어 야3당 의원들이 모두 모여 민주당과 한국당을 규탄하고 연동형 비례제 수용을 촉구하는 규탄대회를 열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며 단식 동참을 깜짝 선언했다. 이를 지켜보던 몇몇 당직자들도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앞서 이날 오후 민주당과 한국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선거제도 개혁 없인 예산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야3당의 요구를 배제한 것이다. 야3당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곧바로 열린 바른미래당 긴급 의총에 참석한 손 대표는 "저는 아까 그 소식을 듣고 참담한 심정으로 자신을 반성했다"면서 "이제 나를 바칠 때가 됐구나. 다 아시다시피 나이 70이 넘어 제가 무슨 욕심을 갖겠냐. 저를 바치겠다"며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예정됐던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로텐더홀로 자리를 옮긴 손 대표는 바로 단식을 시작했다. 손 대표의 표정은 결연했으나 가끔 걱정이 서린 듯 보였다. 그는 가만히 정면을 바라보거나 이따금 눈을 감고 묵상에 잠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야3당 의원이 모두 모였다.
"기득권 양당은 연동형 비례제 수용하라! 수용하라! 수용하라! 기득권 양당의 예산 밀실 야합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의원들은 함께 구호를 외쳤다. 하나 같이 표정은 딱딱히 굳었다.
사회자는 발언을 요청했지만 손 대표는 손을 내저었다. 하지 않겠단 뜻이었다. 힘을 아끼겠단 의미로 풀이됐다.
이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런 날이 오지 않길 바랐다"며 입을 뗐다. 이 대표는 "이 두 당(민주·한국당)의 밀실 야합 예산 처리를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허구한 날 물고 뜯고 싸우면서 대결 국회를 만들어왔던 기득권 양당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만큼은 찰떡궁합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두 당에게 마지막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날 하루, 24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길 호소한다"며 "잘못된 기득권 잠짜미를 일방 강행하려고 하는 의지를 꺾길 촉구한다. 선거제 개혁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라고 호소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를 맹비난했다. 정 대표는 "이해찬 동지에게 고언한다. 수십 년 동안 현상을 타파하려고 이 사회 개혁을 이루려고 노력한 그의 노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제 와서 기득권 세력으로 변모하냐"며 "이 대표는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자기 인생을 부정하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포용하는 선거제도를 거부하고 '포용국가' 대통령의 비전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지난 9월 평양정상회담 당시 이 대표가 '우리가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의석을 많이 손해 보겠지만 한국 사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선 선거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 함께하자'고 얘기했다면서 "근데 오늘 이게 뭐냐. 예산안 처리 합의는 바로 선거제도 개혁파기다. 적폐 연대의 결과, 개혁 연대의 갈림길"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또 "여당 내에서도 일어서야 한다. 민주당의 양심 있는 의원들이 발언해야 한다. 34명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제를 발의했지 않냐"며 "오늘도 민주당 한 중진이 우릴 격려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물 건너 간다고 꼭 관철시키라고 했다. 그 목소리가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이것이 몰락할지도 모르는 문재인 정권을 구하는 양심의 목소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당 의원들 행동하십시오. 이해찬이 옳은 것 아니다. 그는 잘못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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