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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현장] 백석역 '사고' 땅속 '시한폭탄' 불안감 확산

  • 정치 | 2018-12-06 10:27
4일 오후 발생한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 사고와 관련해 노후 도시 기반시설 문제가 제기됐다. 5일 사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 /고양시 백석동=문혜현 기자
4일 오후 발생한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온수관 파열 사고와 관련해 노후 도시 기반시설 문제가 제기됐다. 5일 사고 현장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는 모습. /고양시 백석동=문혜현 기자

전문가 "850mm 거대 송수관 파열 흔치 않다…점검 모델 살펴봐야"

[더팩트ㅣ백석동=문혜현 기자] '온수관 파열'이 휩쓸고 간 5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은 지난 KT 화재 사태 당시를 가리키는 말처럼 '원시 상태'에 가까웠다. 붉은 진흙은 사고 현장 일대를 뒤덮었고, 깊은 구덩이 가장자리의 나무는 뿌리를 훤히 드러냈다.

4일 오후 9시께 발생한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는 27년 된 수송관이 수압을 견디지 못해 터지면서 발생했다. 온수관에는 지름 50cm의 구멍이 났고 섭씨 100도에 달하는 물이 솟아올라 사고 지점 반경 500m는 물바다가 됐다. 이 사고로 6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25명이 화상 등으로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올 겨울 첫 한파특보가 내려진 이날 오후 <더팩트>가 찾은 온수관 파열 현장은 그야말로 '진흙탕'이었다. 사고지점은 물론이고 주변 상가와 길거리 모두 황토색 진흙으로 뒤덮여 있었다. 관할 지자체는 배수 차량으로 물을 뿌려 진흙과 나뭇가지 더미를 인근 배수구로 흘려보내기 바빴다.

복구가 한창인 가운데 현장 관계자는 "오후 7시까지 (복구를) 끝마칠 것"이라고 설명하는 중에도, 바로 옆 배수구에서는 솟구친 온수의 열기가 남아있는 듯 증기가 계속 올랐다.

5일 백성동 인근 온수 배관 사고 현장 인근 배수구에서는 연신 증기가 나오는 장면에서 사고 당시 물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웠을지를 짐작하게 했다.
5일 백성동 인근 온수 배관 사고 현장 인근 배수구에서는 연신 증기가 나오는 장면에서 사고 당시 물의 온도가 얼마나 뜨거웠을지를 짐작하게 했다.

사고지점 바로 앞 크리스탈 빌딩은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상가관리인 B씨는 "지하 2층 주차장에 물이 차올라 차량을 받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도 안전을 위해 가동을 중지했다"고 말했다. 실제 차량 진입이 금지된 지하 2층에 내려가 보니 비상계단 출입구부터 흙탕물을 빼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주차장 내부 곳곳엔 흙탕물이 고여 있었고, 몇몇 관계자가 현장을 수습 중이었다.

빌딩 맞은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고 가게 앞 계단까지 뜨거운 물이 차올랐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이 발에 화상을 입고 뛰어 들어오기도 했다. 급하게 물을 사더니 가게 밖 의자에 앉아 발에 쏟아 붓고 있었다"고 말했다.

솟구친 물기둥과 토사물이 차량을 덮쳐 60대 남성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선 "참 안타깝다. 수증기가 걷히고 차량을 발견했지만 꺼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나중엔 포크레인까지 동원됐다. 그렇게 건져낸 차는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사고로 인근 아파트 4개단지 2861 세대 및 건물 17개소에 약 10시간 동안 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온수도 나오지 않아 한파가 닥친 이날 많은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사고현장 주변을 지나가던 행인은 "이것(사고) 때문에 추워서 죽는 줄 알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사고 원인을 두고도 여러 추측이 나온다.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동은 1기 신도시로 전부터 제반시설 노후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 일부는 과거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싱크홀 현상이 자주 있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싱크홀과 땅 꺼짐 현상, 화재 등에 노출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고 지점 인근에 있던 유치원 원장 이모 씨는 "아이들 등·하원에 함께하는 학부모들이 불편을 겪었다면서 우려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2월엔 백석동 와이시티 아파트 인근 터파기 현장 부근에서 폭 10cm, 길이 3m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당시 원인은 기초공사를 위한 터파기가 약한 지반을 파내면서 무너진 것으로 추정됐다. 고양시는 복구에 나섰지만,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14일 다시 같은 장소에서 땅 꺼짐 현상이 발생했다. 백석동뿐만 아니라 인근 행신동에서도 2011년 온수배관 파열로 인해 2200세대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은 "싱크홀이 두 번 있었다. 몇 년 전엔 백석역 홈플러스에서 불이 크게 나 여러 사람이 죽기도 했다"면서 "이번엔 9시 좀 넘어서 아파트에서 나가지 말라고 방송이 나와 밖을 보니 연기가 많아 불이 난 줄 알았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주변 카페에서 사고 관련 이야기를 하던 시민들은 "사고가 잦아 일산이 '위험한 도시'로 낙인 찍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사고 현장 직후 인근 주차장 지하 2층엔 침수 현상이 발생했다. 해당 건물 엘리베이터는 가동이 중지됐고, 차량 진입이 금지됐다. 사고 발생 1일이 지난 5일 오후까지도 지하 2층 주차장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고 현장 직후 인근 주차장 지하 2층엔 침수 현상이 발생했다. 해당 건물 엘리베이터는 가동이 중지됐고, 차량 진입이 금지됐다. 사고 발생 1일이 지난 5일 오후까지도 지하 2층 주차장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싱크홀의 원인이 온수관 누수로 인한 지반침하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즉, 노후 제반시설과 온수관 누수, 지반침하로 발생하는 싱크홀이 연결된 문제라는 거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고양시장 등 관계기관 보고회에서 "내구연한이 통상적으로 50년인데 1991년 매설된 사고 열 수송관이 지반침하로 주저앉는 상황도 있고, 노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하고 노후 된 곳은 교체를 하겠다"고 했다.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노후 온수관을 대상으로 1주일간 긴급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1990년대 1기 신도시 건설과 함께 온수관을 설치한 도시는 일산, 산본 등이다. 그중 백석동 온수관처럼 설치한 지 20년이 넘은 온수관은 총 686km로 전체 온수관의 32%에 달한다. 이번 사고가 '인재'로 여겨지는 만큼 노후 신도시에 매설된 제반 시설과 지반 상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각 기관마다 시행하고 있는 점검 결과와 실제 상태가 일치하는지 비교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환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기술연구소 교수는 "한국지역난방공사, 상수도사업본부, 도시가스공사 모두 배관 관련 안전 점검 모델이 다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선 평소 한국지역난방공사가 해당 배관을 평가한 결과가 어떤지에 따라 문제점과 보완점을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파열이 발생한 배관은 850mm의 거대 송수관이었다는 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전 교수는 "해당 송수관은 250mm 송수관에 비해 현저히 두꺼움에도 불구하고, 파열이 발생한 '흔치 않은 사례'다. 이에 따라 점검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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