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지역 사무실 점거한 한국GM에 강경 발언
[더팩트ㅣ임현경 기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한국지엠(GM) 노조의 투쟁 방식을 두고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면 테러"라며 일침을 가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 취임 6개월 기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지역(인천 부평)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GM노조에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한국GM 노조는 폭력적"이라며 "최근 사장을 감금해서 난리가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무리 GM 출신이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어떻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해결해주는가. 선거 때만 표를 구걸한다고 유인물을 뿌려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사과하기 전까지는 만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노조 임원들의 채용 비리와 횡령 문제가 불거졌지만 자기네들은 반성하지 않는다"며 "국민이 어떻게 보는지 그런 것은 생각도 안 한다"고 비판했다.
홍 원내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노조도 상황 악화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극단적인 투쟁 방식,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산업은행의 주주총회 참석을 물리적으로 막고, 한국지엠 사장을 감금하고, 교섭 테이블에서 폭력을 행사했었던 과거의 일들이 오히려 문제를 계속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폭력이 아니라 하지만, 글로벌 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폭력행위"라고 지적했다.
그가 'GM 출신'이며, '글로벌 기업에서 폭력행위는 있을 수 없다'는 홍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일까?
√FACT체크 1. 폭력 시위, 글로벌 기업에서는 있을 수 없는 행위?
홍 원내대표가 한국GM 노조의 행보 중 가장 문제 삼은 부분은 폭력 농성, 특히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을 감금한 일이다. 노조는 군산공산 폐쇄 등으로 갈등이 극에 달했던 지난 7월 카젬 사장의 집무실을 점거하고 사실상 그를 감금했다. 지난 4월에는 '지난해 입금 협상 때의 성과급 지급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사측의 통보 메일에 분개한 노조 간부 50여 명이 사장실에서 가젬 사장을 내쫓으면서 의자와 서랍 등 기물을 파손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노조의 폭력 행사가 글로벌 기업에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홍 원내대표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2009년 프랑스에서는 노조가 사장 또는 임원진을 감금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다. 이전까지는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하는 식의 파업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시 경영진을 인질로 잡는 농성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3월에는 쓰리엠(3M)과 소니의 프랑스법인 노조가 사장을 감금했다. 같은 해 4월에는 건설기계업체 캐터필러 프랑스법인 노조는 회사가 700명 감원을 발표한 직후, 니콜라 폴루트닉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임원들을 감금했다. 노조는 혁명적 가사를 담은 록 음악을 밤새 들려주며 인질(?)들을 괴롭혔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나서서 고용을 보장한 후에야 임원진을 풀어줬다.
'구찌' 사장도 감금을 피할 순 없었다. 명품업체 PPR의 프랑수아-앙리 피노 CEO는 노조와 구조조정을 논의하다가 감금당했다. 노조는 쓰레기 더미로 피노가 탄 차를 멈춰 세운 뒤 그를 납치했으며, 노조는 한 시간가량 욕설을 퍼붓다가 경찰 특공대가 출동한 뒤에야 그를 놓아줬다.
노조원들은 임원진을 감금하면서도 신체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터필러 노조는 건강에 이상을 보이는 임원 1명을 풀어줬고, 3M 노조는 경영진을 감금하면서도 홍합요리와 감자튀김을 제공했다.
2014년 1월에는 자동차 타이어 생산 업체인 '굿이어' 노조가 경영진 2명을 30시간 동안 감금했다. 폭력을 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노동자 8명은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2016년 프랑스 파리, 낭트, 툴루즈 등 대도시를 비롯한 80개 도시에서 노조 활동가 탄압에 반대하고 노동자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노동 활동의 범죄시를 멈춰라, 노동자들을 당장 석방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프랑스의 노조가 이토록 활발할 수 있는 이유는 단체협약률이 높기 때문이다. 노조조직률은 10%를 밑돌아 OECD 최하위권이지만, 굳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약 95%의 노동자들이 노사 협정 결과를 적용받는다. 이 때문에 프랑스 시민들은 노조를 지지하고, 노조도 힘을 얻어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독일도 노조조직률은 18% 정도지만, 단체협약적용률은 70%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률 모두 10% 내외다.
미국 역시 노조조직률과 단체협약률이 모두 낮아 노조가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경우 노조조직률이 40%대에 이른다. 소방·경찰·하수 관리·도로 관리·운송 등 수많은 노조가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주 청사를 몇 주간 점거한 '위스콘신' 사태가 미국 공공부문 노조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화당 소속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가 2011년 2월 '예산 수리법'을 상정하며 노조의 단체협상권을 사실상 박탈하려 하자, 노조는 주 청사를 점거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동안 민주당 소속 주의원 14명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도록 주 경계 밖으로 피신했다. 다만, 위스콘신 사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정치인을 상대로 벌인 시위라는 점에서, 민간 기업 노조인 한국GM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FACT체크 2. 홍영표는 'GM 출신' 이다?
홍 원내대표는 스스로 'GM 출신'이라고 칭하며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놓고 무조건 풀어내라 하면 정말로 답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홍 원내대표는 1982년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직업훈련소에서 6개월간 교육을 이수한 뒤 1983년 용접공으로 취업했다.
홍 원내대표는 1년 후 노조 대의원에 당선됐고, 군필자 호봉 승급·상여금 등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행동에 나섰다. 그는 1985년 김우중 회장과 임금 교섭에 성공했고, 경총이 제시한 임금인상률 5.2%를 16.4%로 끌어올렸다. 홍 원내대표는 이후 파업 주도 혐의로 수배 생활을 하기도 했다.
홍 원내대표는 1995년 대우자동차 런던지사에서 시장점유율 1%를 초과 달성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2002년 귀국 후 구조조정으로 인해 퇴사했다. 그는 뛰어난 기업가이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정책위원, 한국노동운동연구소장 등을 역임하며 노동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노동운동가였다.
홍 원내대표가 GM 출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노조도 동의하는 사실이다. 다만 노조는 "전신 대우자동차에서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홍 원내대표가 노조를 비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노조를 향해 '테러'라고 말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지역 사무실은 물론, 민주당 당사까지 가서 만나 달라고 했는데 홍 원내대표는 이를 거부하고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만 만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측에서 해당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담당자의 연락처를 전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현재 집회 중이라 부재중"이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이들은 이달 8일부터 홍 원내대표의 지역 사무실을 점거하고 대기실 등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ima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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