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중간선거 유세 지원 집중…연내 '종전선언' 차질
[더팩트ㅣ청와대=신진환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이후 북미관계가 탄력을 받아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조기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지금 당장은 갈 수 없다"며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에는 선거 유세가 너무 바쁘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오는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열릴 것이라고 밝힌 셈이다.
선거를 앞두고 북한의 비핵화, 종전 선언 등과 같은 아젠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유세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보다 선거를 우선순위에 뒀다. 여기엔 선거 이후 정치 상황 등과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진다면 연임을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846년 이래 치러진 43번의 중간선거 가운데 집권당이 의석을 추가해 승리한 사례는 단 3번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집권당이 모두 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통계다.
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북한의 핵심 핵시설인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상응하는 조치를 전제로 제시한 바 있는데, 종전선언과 체제보장, 대북 경제제재 해제 등을 미국에 요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상응 조치가 구최화되지 않았다면 북한과 미국이 만족할 만한 합의 도출은 난관에 빠지게 된다. 이 경우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오히려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시간상 빠듯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실무진이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 핵심 의제와 의전, 경호 등을 합의하고 회담을 준비하는 데만 수주가 걸린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도 5월 10일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중간선거 이후로 못 박음에 따라 북미 정상이 만나는 것도 유동적으로 변하게 됐다. 우선 중간선거 결과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승리하면 북미 접촉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지만, 공화당이 상·하원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 대북 민주당의 견제로 정책 추진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 협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 개최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고 3~4곳의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과 미국의 실무진이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 앉아 2차 회담의 장소와 시기,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구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외교가에서는 11월 중순 이후 2차 회담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차 회담 조기 개최가 물 건너 가면서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한 '연내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 북미 간에 비핵화 방법론의 합의점을 찾는다면 조기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연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었다. 문 대통령도 과거 여러 차례 조속한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바란다고 밝혀 왔고, 국제사회에도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말·11월 초 조기 개최가 좌초된 만큼, 11월 종전선언 채택과 이후 12월께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성사시켜 한반도 비핵화 달성으로 평화체제 구축하겠다는 청와대의 로드맵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아직 정부 인사 가운데 낙관적 시각도 존재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연내 종전선언 성사 전망에 대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높아져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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