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 사람 쳐내는 것 아냐…들꽃 같은 분들 많이 모시는 것"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65분. 자유한국당의 '인적쇄신'을 주도할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된 전원책 변호사는 4일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꽤 긴 시간 쉼 없이 말했다. 전체적으로 취재진의 질문은 많지 않았지만, 전 변호사의 대답은 길었다. '할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전 변호사가 한국당 조강특위 위원으로 확정된 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자리였다.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과 함께 회견장으로 들어선 전 변호사는 TV프로그램 속 모습처럼 여유로웠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자신이 긴장했음을 고백했다. 전 변호사는 "긴장도 풀 겸 편한 이야기부터 하겠다"며 입을 뗐다.
전 변호사는 먼저 자신이 조강특위 위원직을 받아들인 이유부터 설명했다. 그는 "현실정치를 할 배짱은 없다. 근데 왜 이 자리에 있냐면 보수가, 대한민국이 절박한 상황에 있기 때문"이라며 "솔직히 말해서 그전에 새누리당, 한국당에서 도와달라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가 이번에 열흘을 고민하다가 방송일을 다 접고 당분간 이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금방 긴장이 풀린 듯 본격적인 취재진과 질의응답에 들어가선 시종일관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 쇄신하지 않으면 한국당엔 미래가 없다. 쇄신이 제대로 이뤄지면 다시는 이를 뒤엎을 불순세력이 등장하지 못한다"며 "기자들도 지켜보면 제 말이 맞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어 전 변호사는 본격적으로 인적쇄신에 대한 입장을 풀어놨다. 전 변호사의 등판 소식에 언론 등 정치권에선 '단두대', '저승사자' 등의 수식어를 그에게 붙였다. 그러나 전 변호사가 생각하는 인적쇄신의 모양은 그와는 약간 다른 듯했다. 전 변호사는 "한 사람을 잘라도 박수를 받을 수 있고 60%를 물갈이해도 조강위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제가 온다고 하니 많은 언론이 '차도살인이다', '단두대다' 말을 하는데 저는 소 키우는 사람이지 소 잡는 백정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인적쇄신이라는 게 사람을 쳐내는 것이 아니다"라며 "모두 우리 당이 가진 자산들인데 그분들을 쳐내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 가장 좋은 쇄신은 한 분도 쳐내지 않고 성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친박(親 박근혜)이든 친이(親 이명박)든 그 책임을 이제야 와서 현미경 들여다보듯 보면서 '넌 이래서 안 돼' 이런 식으로 목 쳐내는 것을 쇄신이라고 한다면 난 안 한다"며 "내가 기대하는 것은 목을 쳐내는 것보단 바깥의 비바람을 맞으며 자란 들꽃 같은 분들을 많이 모시고 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거듭 자신했다.
전 변호사는 당내 계파 싸움에 대해 정면비판했다. 그는 "그동안 누군가 한 사람이 나타나면 쭉 줄을 서는 우상숭배 정치를 해 왔다. 대선 캠프에 500명이 넘는 법조인과 언론인, 2000명이 넘는 교수들이 몰린다. 이게 나라냐"며 "제가 조강위원이 되면 이런 것을 타파하려고 한다. 최소한 한국당 안에서 친박(親 박근혜), 비박(非 박근혜), 친홍(親 홍준표), 친김(親 김무성)이니 하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고 방어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재판이 연일 계속되는데 따지는 의원들이 한 명이라도 있었나. 열정을 가진 의원들이 없다는 것"이라고 나무랐다. 그러면서 "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유가 있다고 믿지만 탄핵재판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왜 (한국당 의원들은) 다 침묵하고 있나. 박근혜 정부 실정에 조금이라도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아무도 그러지 못했다. 그게 바로 국민이 한국당을 외면하게 만들었고, 우리 보수 전체를 궤멸 직전으로 몰아넣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의원들의 '지식 부족'을 지적하며 당내 특정 정치인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 변호사는 "한국당 중진 몇 명이 공화주의란 말을 쓰는데 코미디다. 미국 시골에 가서 공부를 했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며 "북한도 국명에다가 공화국이라고 쓴다. 공화주의,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은 공부 좀 하셔야 한다. 이래서 한국당 의원들 품질 문제가 나온다. 지금부터 긴장하고 공부 좀 하고, 어젠다에 대해 누구 못지않게 빠삭하게 알고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면모일신이 안되면 다른 분 위해서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최근 국회 세미나에서 '공화주의의 가치'를 강조한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그러나 전 변호사는 "특정인을 염두하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에서) 나가라고 한다고 나갈 분들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외에도 전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정치 소신 등 취재진이 질문하지 않았던 내용들,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설명했다. 기자간담회가 시작할 땐 자리가 가득 찼었다. 그러나 모든 순서가 끝난 이후엔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한편,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외부위원 4명을 남성 2명, 여성 2명으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 변호사는 늦어도 8일까지는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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