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프레스센터 방문…文 "김정은 위원장과 허심탄회하게 대화"
[더팩트ㅣ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이원석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거듭 확약했습니다."
2박 3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대국민 보고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이같이 말했다. 모든 보고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까지 마친 문 대통령이 장내를 빠져나갈 땐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취재진이 박수를 보냈다.
지난 18일부터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0일 오후 5시 40분께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곧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를 찾았다. 대국민 보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애초 예정돼 있지 않던 '깜짝' 방문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문 대통령이 프레스센터를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은 돌았으나 공식적으로 취재진에게 알려진 것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떠나고 나서였다.
문 대통령의 방문 소식에 프레스센터는 부산해졌다. 취재진들은 곧바로 취재 준비에 돌입했고, 폭발물을 찾는 탐지견이 등장해 센터 이곳저곳을 수색했다. 관계자들은 연단에 위치한 마이크와 카메라 앵글을 조율했다.
장내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죽하면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나와 "대통령이 조금 늦어질 것 같다. (기자들이) 많이 긴장하고 계신 것 같은데 편안하게 계셨으면 좋겠다. 도착 10분 전에 고지해드릴테니 릴렉스하면서 계시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술렁였다. 취재진은 더 분란하게 움직였다. 중계 화면엔 문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 참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차에 탑승하는 장면 등이 잡혔다.
취재진들 사이에선 여러 말들이 들렸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 다른 취재진의 반응이 서로 궁금한 듯했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보도에선 서로 의견이 갈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박수도 나올까?"라는 말들이 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대통령이 프레스센터에 도착했단 소식이 전해졌다. 취재진은 두리번두리번 고개를 돌리며 문 대통령이 어디로 입장할지 주변을 계속 살폈다. 카메라도 여기저기로 돌아갔다. 파란색 옷을 입은 프레스센터 자원봉사자들이 문 대통령을 보기 위해 한켠에 모이는 풍경이 있기도 했다.
곧 문 대통령이 임종석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들과 입장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박수가 나왔다. 그러나 모든 취재진이 박수를 친 것은 아니었다. 일부 취재진들은 문 대통령의 말을 제대로 들으려는 듯 자세를 바로 세웠다.
문 대통령이 연단에 섰다. 표정은 차분했으나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또렷한 목소리로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국민들에게 보고해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거듭'이란 단어를 두 번이나 반복하며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확신으로 가득 찼다.
문 대통령은 "3일 동안 김정은 위원장과 여러 차례 만나 긴 시간 많은 대화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수 있었던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북측에서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단을 정상 다해 맞아줬다"며 "북한이 우리와 비핵화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한 것은 지난날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또 "미국이 이 같은 북한의 의지와 입장을 역지사지해가며 북과의 대화를 조기에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북미회담이 재개될 여건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회담에서 남북관계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결실은 군사분야 합의다. 합의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남북은 우리의 수도권을 겨냥하는 장사정포와 같은 상호 간 위협적 군사 무기와 병력을 감축하는 논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질의응답까지 마친 문 대통령은 앞줄에 앉은 취재진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취재진도 벅찬 표정으로 문 대통령에게 "수고하셨다"고 말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출구 앞에서 대통령을 보기 위해 나와 있는 자원봉사자들도 직접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퇴장하기 전 다시 한번 뒤로 돌아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대통령이 입장할 때보다 더 큰 소리였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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