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가 아쉬웠던 제23회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취재기
[더팩트ㅣ대한상공회의소=임현경 인턴기자] '양성평등주간'을 아시나요? 매년 7월 1일~7일, 중앙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별로 평등 사회를 위한 행사가 열리는 기념 주간입니다. 생소한 분들이 많겠지만, 벌써 23회째 지속하고 있는 행사입니다.
지난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근거를 둔 여성주간은 1996년 '여성발전으로 세계화, 생명존중으로 삶의 질 향상'이라는 표어로 출발했습니다. 이후 '21세기, 이제는 여성', '함께 일하고 같이 키우면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여성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평등한 사회' 등을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여성주간이 양성평등주간이 된 건 지난 2015년 7월 1일,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 시행된 이후입니다. 성별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평등이 필요하다는 의미죠. 이때 여성주간이라는 명칭도 양성평등주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인턴기자는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3회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 다녀왔습니다.
배우 김꽃비 씨가 사회를 맡은 이날 행사에서는 유공자 포상식이 있었습니다. 양성평등을 위해 힘쓴 분들에게 국민훈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장관표창 등을 수여하는 자리였죠. 수상자들과 그의 가족·지인들은 들뜬 표정으로 착석했습니다. 그들이 손에 든 꽃다발에서 퍼진 향기로운 꽃내음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영상과 현대무용이 결합된 공연이 행사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관객들은 공연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앞서 주최 측에서 나눠 준 장미 모양의 조명 장치에 불을 밝히며 '함께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작동 방법을 몰랐던 몇몇 관객은 한참 장치를 가지고 헤매다가 공연이 끝나버리자 무안한 웃음을 짓기도 했습니다.
뒤이어 나온 특별영상에서는 검찰 내 성희롱 사건을 최초 고발한 서지현 검사, 학교 내 성폭력을 고발한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 문화·예술계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한 신희주 감독 등이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혼자가 아닌, 함께'를 말했습니다.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뮤지컬 '레드북'의 한 장면을 노래한 순간에는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공연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이야기로, '야한 소설'을 쓰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편견과 맞서는 작가 안나를 다룬 작품입니다.
모두가 함께했다면 좋을 것 같기에 현장의 상황과 분위기를 최대한 생생히 전달하고자 했습니다만, 잘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아쉬운 마음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날 축사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총리는 행사에 참여한 귀빈의 이름을 나열하며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는 "양성평등 실현에 헌신해오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조배숙 대표님, 남인순, 신용현, 권미혁 의원님과 양성평등에 함께하는 남성을 대표해서 참석하신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님 수상자의 부군으로 와주신 유재중 의원님 그리고 내회에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가족·지인을 제외하고 행사 자체를 독려하거나 축하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남성 의원은 없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보라색 상의를 입은 주최 측 관계자, 자원봉사자도 대부분 여성이었습니다. 객석에서 어린아이가 울며 보채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한 수상자의 가족이었는데, 마치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앞서 여러 차례 강조됐던 '함께'는 어느새 흐릿해 보였습니다. 이후 이 총리가 국무총리표창 수여를 마친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장내 절반 가까이 되는 인원이 그와 함께 빠져나갔습니다. 장관표창 수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레 행사장이 한산해지는 다소 민망한 상황이 벌어진 것입니다.
"세계 경제포럼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성 격차 지수는 조사대상 144개국 가운데 100위권 바깥입니다. 특히 경제적 참여와 기회에서 남녀 간의 차이가 큽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실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는 이러한 실상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이 총리가 이같이 언급한 '직시', 즉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는 태도'는 비단 정부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올해 양성평등주간의 표어 '평등을 일상으로'와 같이, 평등이 여름 어느 날의 축제를 넘어 매일 예외 없이 이어지는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높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성별, 친분, 지위를 막론한 모두 함께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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