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올려도 '불쾌하다' 손사래…끝없는 계파 갈등·인물난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6·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참패'한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응급처리를 못한 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계파 갈등은 끝이 없고, 선장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심지어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이 올라온 인사들이 불쾌함을 드러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서로 "물러나라"…계파 간 주도권 다툼 지속
한국당 내부에선 지방선거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계파 간 갈등이 종결의 기미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일종의 주도권 다툼으로 풀이되는 이 갈등으로 인해 한국당은 현재 살얼음판이다. 친박계(親 박근혜) 및 일부 의원들은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선거 참패의 책임을 물어 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김 대행은 바른정당 복당파이자 비박계로 분류된다.
김 대행뿐만 아니라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향한 탈당 요구도 계속된다. 4일에도 친박계는 복당파이자 비박계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친박계' 김태흠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한때 당 대표를 맡았던 사람으로서 난파선이 돼 갈피를 못 잡는 당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면 당을 위해 희생과 결단을 하는 것이 도리"라며 "당이 비정상적인 상황일수록 상식이 우선돼야 길이 보인다. 특히 당 구성원 각자의 위상에 비례하는 책임이 선행될 때 당 희생의 길도 가까위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범(凡)친박계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수 미래 포럼 3차 세미나'에서 "보수 분열의 책임을 져야 할 김무성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며 탈당을 촉구했다.
비박계 쪽 반발도 만만치 않다. '누가 누굴 탓하냐'는 입장이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자기들이 무슨 권리로 그렇게 요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을 이렇게 만든 사람들이 누군데 자꾸 책임을 전가하나"라고 따졌다.
◆선장 구인난…'일방적 거론'에 후보자들 "불쾌"
'구인난'도 문제다. 한국당은 파격적인 인사를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세워 대대적으로 당을 수술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30여 명이 넘는 인사들이 당직자들을 비롯해 당내로부터 거론되고 있다.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 도올 김용옥 선생,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김황식·황교안 전 국무총리, 이국종 아주대 교수, 소설가 이문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전원책 변호사.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박관용·김형오·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남경필 전 경기지사, 이인제 전 의원, 김진태·주광덕·전희경 의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후보군에 올랐다.
그런데 명단에 오른 인사들이 자신의 이름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불쾌해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 정권의 원로 격인 이회창 전 총재는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예의가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은 모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장집 교수, 이문열 소설가 등도 부정적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반응이 여기저기서 나오자 한국당이 마구잡이식으로 인사를 추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커졌다.
결국, 한국당은 비대위원장 및 비대위원에 대한 대국민 공모까지 시작했다. 공모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자신 혹은 타인을 비대위원장 혹은 비대위원에 추천할 수 있다.
◆"문제는 '나만 빼고 인적청산' 태도…시간 더 걸릴 것"
정치권에선 한국당의 혁신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상태가 더 오랜 지속될 것이란 뜻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다들 인적청산을 말하지만 '나만 빼고'라는 식"이라며 "이러한 상황은 더욱 오래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황 평론가는 "비대위원장이 누가 돼도 고쳐지긴 어렵다"며 "서로 한 발도 양보하지 않는 현 상황에선 더 곪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당 관계자는 "이대로는 답이 없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충언했다. 이 관계자는 "소수 정당인 정의당이랑 지지율이 비슷한 현 상황은 정말 최악"이라며 "계파 간의 욕심을 다 내려놓고 오직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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