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의총 비공개 반대…김무성 탈당 요구하기도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28일 오후 3시, 국회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장.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소속 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회의가 시작하기 전 의원들은 서로 악수를 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활발히 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새벽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피파(FIFA)랭킹 1위 독일을 꺾은 얘기가 들렸다. "(한국팀이) 이기겠다는 투지가 보이던데"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줬으면 (한국이) 16강 올라갔을 텐데 그게 아쉬워."
친박계와 바른정당 복당파 간 다툼의 내홍을 겪는 당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대체로 밝은 분위기가 조성됐던 터라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당 쇄신 방향에 대한 구성원의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 할 말이 많았던 친박계
이날 한국당 의총 분위기는 금세 얼어붙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안상수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끝나고 한국당은 의총을 비공개로 전환하려 했다.
하지만 이때 친박계 김태흠 의원이 손을 번쩍 들고 "(언론 등 외부에) 왜곡되는 것보다 여기서 다 공개로 하고 원내대책 협상과 관련된 것만 비공개로 하자"고 요구했다. 침묵으로 동의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한국당의 계파 갈등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박계의 '목표물'은 복당파 김무성 전 대표와 측근인 김 대행이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정용기 의원은 "김 대행이 (드루킹 특검을 관철하기 위해) 단식하고 고생을 많이 했지만, '나를 믿고 따르지 않는 사람은 개혁에 대한 저항이다, 친박 망령이다, 용납하지 않겠다' 하는데 이게 의회주의냐"고 비판하면서 사퇴를 촉구했다.
정 의원의 발언이 끝난 뒤 "비공개로 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김태흠 의원이 "본인이 (비공개로)하고 싶으면 나중에 하라"며 반대했다. 무언의 동의가 또 한 번 이뤄졌다.
성일종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가 탈당해야 한다"며 그래야 우리 당이 국민이 바라볼 때 계파가 없어지고 균형이 맞아 새로운 몸부림으로 다가갈 수 있다"면서 재차 김 전 대표의 탈당을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도 "계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들은 한걸음 뒤로 비켜서서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선의 김진태 의원은 김 대행에게 2선 퇴진을 요구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끝났기 때문에 여기 있는 분 중 그 누구라도 나와서 당 대표가 되면 우리 당 지지도가 10%는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팔짱을 끼고 김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던 한 초선 의원이 "에이~"라며 실소를 터트렸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김 대행과 김 전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다시 비공개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다. 내부 갈등이 외부로 알려지면 좋을 게 없다는 판단한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도 김태흠 의원이 "안 됩니다!"를 외치며 단숨에 발언대 앞에 섰다.
김태흠 의원은 격양된 목소리로 복당파를 직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사태에 이어 종기가 뇌관처럼 터졌을 때 일부는 남아 있는 사람을 비판하면서 탈당했다"면서 "이후 (탈당한 뒤) 들어올 때 명분과 논리도 없이 들어왔다. 그러니 이 당이 제대로 갈 수 있겠냐. 복당파는 자중하라"고 비난했다.
일순간 장내가 술렁였다. 그럼에도 김태흠 의원은 "더 진이 빠질 때까지 싸우자. 6선까지 했으면 김 전 대표는 물러가라. 저도 그만둬야 하는지 밤마다 고민하고 싸우고 있다. 중진들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일갈했다.
3선의 김영우·황영철 의원 등 복당파 의원들은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당 쇄신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한목소리를 냈다. 당내 분열은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언성이 높았던 친박계와 달리 복당파는 설득하는 말투였다.
◆ 심각한 분위기에도 일부 의원 '마이웨이'
친박계의 '화살'을 맞았던 김 대행은 종종 한숨을 내쉬고 물을 들이켰다. 의총장 가장 앞에 앉아 있던 김 대행의 얼굴은 어두웠다. 또 고민이 많아 보였다. 발언대에 선 일부 의원들이 자신을 언급할 때 고개를 숙이거나 허공을 쳐다보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공개 발언을 지켜보는 의원들의 모습은 제각각이었다. 대다수 의원은 신랄한 비판과 비난을 경청했다. 하지만 격론을 벌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자리를 떴다. 의총이 열린 지 1시간이 지나자 곳곳에 빈자리가 생겨났다. 일부 의원은 휴대전화로 페이스북 등 SNS나 기사를 보기도 했다. 동료 의원의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귀'만 열어둔 셈이다.
일부 의원들은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상주 역할을 했던 정진석 의원은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며 졸음을 쫓았다. 하지만 긴장감이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몇몇 의원은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 특히 김 대행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일부 중진 의원이 잠들었다.
4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회의는 힘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단합된 모습으로 당을 다시 일으키자는 구성원들의 외침이 무색해 보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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