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일흔 넘어 靑 다시 들어올 날 있을 테니 몸 관리 잘해라"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청와대를 떠나는 세 명의 수석비서관이 27일 함께 일해온 동료 수석들에게 고별인사를 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일한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수석들의 마지막 인사를 들은 장하성 정책실장은 비감(悲感)한 표정으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 "여러분이 책임지고 떠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에서 홍장표·반장식·하승창 수석이 이임사를 했다"며 "화기애애하고 유쾌한 분위기였다.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쿨(Cool)'했다"며 "그래서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모두 새롭게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 수석, 하승창 혁신수석(현 시민사회수석)을 윤종원·정태호·이용선 수석으로 교체 임명했다. 세 명의 수석 교체 인사를 놓고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악화된 고용 지표에 대한 비판을 문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란 게 일각의 시선이다. 다만 경제 정책 수장으로서 '사퇴설'이 제기돼온 장하성 실장만 유임돼 여러 해석이 뒤따랐다.
하승창 전 사회혁신수석이 첫 번째로 입을 열었다. 하 전 수석은 "지난 1년 극적인 상황이 많이 벌어졌다. 그 한가운데서 일했고 경험하게 된 게 행운이었다. 너무 즐겁고 좋았다. 이런 기회를 주신 대통령께 감사를 드린다. 나가서도 보답이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장식 전 일자리수석은 "어제 일자리수석실 동료들과 모처럼 술자리를 가졌다. 좀 더 자주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지난 10년간 많은 논의들이 있었다. 최저임금,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그러나 말만 많았지 착수를 하진 못했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야 착수를 했다. 또 소방, 경찰, 사회복지도 늘 과로에 시달리고 서비스는 안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년 그 개선에 착수했다. 그 부분이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을 체감하는 게 중요한데 그 짐을 남겨두고 가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 제가 회의때 좀 졸립게 보고를 해왔는데, 늘 경청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장표 전 경제수석은 "반장식 수석과 같은날 들어와서 같은날 손잡고 나가게 됐다. 지난 1년 정부 정책의 일대 대전환이 일어났다. 그동안 학자로서 주장하던 내용이 중요 정책으로 자리잡아 무한한 영광으로 느낀다. 그동안 입이 있어도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는데 이제 재갈이 풀렸다. 앞으로는 자유롭게 주장을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수석들의 작별 인사에 장 실장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정부 정책의 부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는 대통령의 비서로 들어왔다. 국민의 비서다. 앞이 캄캄한 상황에서 촛불이 이 정권을 만들어냈다. 훗날 국민의 힘으로 만든 정부가 세상을 바꿨다는 결과를 역사가 기록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청와대의 '경제라인 경질설'을 반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장 실장은 "우리 정부의 정체성과 방향을 흔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자기방식대로 해석하고자 하지만 여러분들이 결코 책임을 지고 떠나는 게 아니다. 새로운 동력을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고, 새로운 추진력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재치 있는' 격려로 눈길을 끌었다. 정 실장은 "우리는 문재인 정부 1기 모임이다. 그동안 한 가정처럼 일했고, 정이 많이 들었다. 모임을 만들어서 계속 연락하고 지내자. 저에 비하면 여러분들은 창창한 나이다. 일흔 넘어 청와대 다시 들어올 날이 있을 테니 그동안 몸 관리 잘해라"라는 말로 수석들을 떠나보냈다.
이후 세 명의 수석들은 동료 수석들과 일일이 다 악수를 나눈 뒤 박수를 받으며 회의실을 떠났다. 이어 평상시처럼 현안 점검 회의는 이어졌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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