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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비하인드] JP 조화에 얽힌 사연…'옥중' MB '지각' 전두환

  • 정치 | 2018-06-27 04:00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놓인 조화에도 사연이 얽혀 있다. 김 전 총리가 별세한 지난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군 국회의장 화환이 놓혀있다. /이선화 기자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놓인 조화에도 사연이 얽혀 있다. 김 전 총리가 별세한 지난 23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군 국회의장 화환이 놓혀있다. /이선화 기자

'좌' 문재인 '우' 이명박…박근혜 조화는 끝내 안보여

[더팩트 | 서울아산병원=김소희 기자] 고(故)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서울 송파을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지 나흘째인 26일 현장에 모인 취재진의 관심은 '조화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집중됐다.

지난 23일 영면한 김 전 총리의 빈소를 가득 메우고 있는 정계 인사들의 조화 중 어느 것이 전·현직 대통령이 보낸 것인지, 누가 보냈고 누가 보내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고인의 발인은 27일 오전에 진행될 예정이다.

◆ 옥중에도 조화 보낸 MB…文 대통령과 '좌우대칭'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옥중에도 김 전 총리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조화는 영정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 세 번째에 놓여 있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다음이다. 취임 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조화는 지난 24일 빈소에 도착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조화는 오른쪽 가장 첫 번째 자리에 자리했었다. 당시 왼쪽 첫 번째에 놓인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와 대칭을 이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조화는 25일 전 전 대통령의 조화가 뒤늦게 도착하면서 오른쪽 세 번째 자리로 이동됐다. 자연스레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도 전 전 대통령의 조화 옆으로 옮겨졌다.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총리의 인연은 잘 알려져 있다. 김 전 총리는 2007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이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26일 빈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경선을 할 때 김 전 총리에게 우리를 지지해 달라고 했더니 김 전 총리가 술 한 잔 사라고 하더라"라며 "이 전 대통령, 저, 정태근 전 의원이 김 전 총리를 모셨는데, 술을 많이 드셨는데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다. 다음주에 또 만나자고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김 전 총리는 2015년 고(故) 박영옥 여사 빈소를 찾은 이 전 대통령에게 "정치는 잘하면 국민이 그 열매를 따먹지만 정치인 본인에게는 허업이다",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정치인의 희생정신이지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면 교도소밖에 갈 데가 없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다.

왼쪽 첫 번째 자리에 놓인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 옆에는 이낙연 국무총리·황교안 전 국무총리·정운찬 전 국무총리·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조화가 나란히 세워졌다. 문 대통령이 전날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을 빈소로 보내 유족들에게 전달한 국민훈장 무궁화장은 영정 앞에 놓였다.

◆ 뒤늦게 보낸 전두환, '감감 무소식' 박근혜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는 23일 빈소에 도착했다. /서울아산병원=김세정 기자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화가 놓여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화는 23일 빈소에 도착했다. /서울아산병원=김세정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화는 25일 오후 5시께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빈소가 차려진 지 사흘째가 된 날이었다. 이를 두고 김 전 총리와 전 전 대통령의 생전 관계에 대한 설왕설래도 이어졌다.

김 전 총리는 생전 전 전 대통령을 '미운 사람'이라고 지목했다. 김 전 총리는 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부정축재자'로 몰려 곤욕을 치른 까닭이다.

김 전 총리는 지난 2016년 구순 생일을 맞은 자리에서 "전 전 대통령은 나를 부정축재자로 몰아세우고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그러나 자신은(전 전 대통령은) 1조원 가까운 돈을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내놓았다. 아직도 수천 억원이 남아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전 대통령은 건강을 이유로 직접 조문하지는 않았지만, 뒤늦게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요즘 통 외출을 못하셔서 직접 가시지는 못한다"며 메시지는 따로 없다고 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빈소를 찾는 대신 조화로 고인을 애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변호사는 25일 아버지를 대신해 조문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이) 병석에 오래 계시기 때문에 마음은 꼭 와서 조문하고 싶으신데 그러지 못하셨다"며 "깊은 애도와 존경의 뜻을 표현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화는 이날까지도 보이지 않는다. 함께 옥중에 있는 이 전 대통령이 조화를 보낸 것과 대조된다. 특히 김 전 총리의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 박상희 씨의 딸로, 김 전 총리는 박 전 대통령의 '사촌 형부'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총리와 박 전 대통령의 '애증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김 전 총리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을 하지 않아 갈등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었다.

2012년 김 전 총리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지지하면서 관계는 개선됐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사촌언니이자 김 전 총리의 부인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총리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서 내려오라고 해도 거기 앉아 있을 고집쟁이"라고 비난했다.

김 전 총리의 빈소에서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 "한광옥 마지막 비서실장이 이런 것은 좀 챙겨야 하지 않는가"라며 "똑같이 옥에 있는데 이 전 대통령의 조화는 왔다. 본인이야 생각을 못할 수도 있어도"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박지만 EG 회장과 부인 서향희 변호사는 24일 오전 빈소를 찾았다. 같은 날 오후에는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조문을 했다.

◆ 일본 정치계 조문행렬…안철수 선거 후 '첫 공식 일정'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국내각총리대신의 조화가 놓여져 있다.
26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빈소에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국내각총리대신의 조화가 놓여져 있다.

일본 정치인들의 조문 행렬도 잇따랐다. 김 전 총리는 한·일 의원연맹 초대 회장을 지내며 일본 정치인과 폭넓은 인맥을 쌓은 바 있다.

25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조문에 이어 26일에는 오자와 이치로 자유당 대표가 조문을 마쳤다. 김 전 총리와 친분이 두터웠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의 아들 나카소네 히로부미 참의원은 27일 진행될 영결식에서 조사를 읽을 계획이다.

고인이 역대 최대 9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국 정치계 거목인 만큼 정치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눈길을 끌었다.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보건복지부 장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조배숙 평화당 대표, 장병원 원내대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특히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25일 지난 6·13 지방선거 참패 후 김 전 총리의 빈소에서 언론에 처음 얼굴을 내비쳤다. 안 위원장은 조문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치에 큰 경종을 울리시고 화합·통합에 대한 가치를 항상 말씀하셨다"며 "(고인의) 화합과 통합을 가슴에 새기겠다"고 했다.

딸의 박사학위식 참석 차 미국으로 떠났다가 엿새 만에 돌아온 안 위원장은 정계 은퇴설에 대해서는 "문상 와서 그런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며 "생각을 정리하고 말씀드릴 기회를 갖겠다"고 말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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