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참패 책임 나에게 있어"…SNS에 사퇴 암시
[더팩트ㅣ여의도=이원석 기자]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이 그야말로 최악의 '패배'를 맛봤다. 17개 광역지자체장 중 단 2곳에서만 당선을 확정지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거의 전멸이다. 선거에 앞서 줄곧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 6곳 이상을 못 지키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던 홍 대표는 '불명예' 사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도부도 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전망이다.
13일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결과 한국당은 광역지자체 중에선 권영진 후보(대구시장), 이철우 후보(경상북도지사)만 당선이 확실시됐다. 제주도에선 원희룡 무소속 후보가 당선이 확정됐고, 그 외의 14개 지역은 민주당이 '싹쓸이' 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마찬가지다. 한국당은 출구조사 상으론 경북 김천으로 나간 송언석 후보만 당선이 예측됐다. 송언석 후보는 무소속 최대원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이다 근소한 차로 당선을 확정했다.
사실 한국당의 '참패'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광역지자체장 선거 14 : 2 : 1의 결과는 사실상 마지막 여론조사였던 지상파 3사(SBS, MBC, KBS) 공동 여론조사에서 나왔던 결과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는 현재의 한국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뒤 선거 직전까지 한국당은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얼마전 정태옥 의원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으로 간다)' 논란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국민들의 한국당을 향한 비판의 중심엔 늘 홍 대표가 있었다. 지난 19대 대선 후보였던 홍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당권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대표직에 오른 뒤 줄곧 '막말' 논란, 태도 논란, 내홍 등에 휩싸였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위장평화쇼'라고 했다가 국민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민심을 역행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홍 대표 체제 아래 한국당은 한마디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홍 대표는 항상 당당했다. 모두가 막말이라고 해도 막말이 아니라고 했고, 당 내부에서 자신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무시했다. 각종 여론조사가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의 참패를 지적할 때도 '여론조사 무용론'을 주장하며 "광역지자체장 6곳 이상 승리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까지 공언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공언했던 6곳에 절반도 안 되는 2곳에서만 당선자가 나왔고, 배현진 후보 등 영입 후보들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한국당은 이번 선거 참패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투표가 종료된 이날 오후 6시. 여의도 한국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던 홍 대표와 지도부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0분여 만에 상황실을 떠난 홍 대표는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홍 대표는 곧 자신의 SNS에 "The buck stops here!"라고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갑자기 사망하고 대통령이 된 해리 트루먼이 매일 자신의 책상에 새기며 의미를 되새긴 문구로 전해진다. 해석하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홍 대표의 짧은 이 글은 사퇴를 암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약 2시간 뒤 홍 대표는 추가로 글을 올렸다. 그는 "출구조사가 사실이라면 우리는 참패한 것이다. 그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도 믿기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애써 현실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홍 대표는 "개표가 완료되면 내일(14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했다. 이제 개표는 거의 마무리 됐고, 한국당의 패배는 확정됐다. 아직 확실한 입장이 나오진 않았지만, 정치권은 홍 대표의 사퇴를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대표직에 취임한 홍 대표는 한국 정치사상 최악의 패배를 기록하면서 채 1년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날 상황에 직면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이 있는 한국당 지도부도 전원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사퇴에 대한 입장이 나오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그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한국당 전현직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의 모임인 '자유한국당재건비상행동'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당사에서 홍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대한 총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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