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싱가포르에 없는데…이 인기 뭐죠?'
[더팩트ㅣ국제미디어센터(싱가포르)=신진환 기자] 평생 만날 각국 기자들을 하루 아침에 다 만났다. 12일 오전 6시 30분(이하 현지시간). 이름 아침부터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싱가포르 F1 핏 빌딩에 마련된 국제미디어센터에 몰려들었다. 3000여 명의 기자들은 저마다 국적과 인종, 성별과 종교가 달랐지만, 세기적 만남인 '북미정상회담' 취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전 9시 4분께 센토사 섬 안에 있는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가졌다. 국내외 취재진은 각국에 긴급히 소식을 타전했다. 한국전쟁부터 적대적 관계였던 두 나라의 정상이 손을 맞잡은 기념비적인 순간에 잠시 손을 놓을 법도 했지만, 취재진은 '프로'답게 일에 집중했다.
취재진은 생중계가 흘러나오는 TV와 스크린에 눈을 떼지 않고 두 정상의 발언과 몸짓 등 하나하나 기록했다. 북미 정상의 단독 회담에 이어 각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정상회담까지 빠르게 행사가 진행됐음에도 전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점심때가 돼서야 취재진은 의자에 붙였던 엉덩이를 뗐다. 식사를 마친 몇몇 국내외 기자들은 가까운 나무 그늘에서 체력을 보충했다. 근처에서 시원한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있던 순간 한 검은 피부의 외국인이 "식사가 어땠냐"며 말을 걸어왔다. 상대의 취재 비표를 보니 '싱가포르'라고 쓰여 있었다. 그는 "한국인이냐"고 재차 말을 건넸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한국 언론인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이유인즉슨 한국인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여론조사상 국민 70%가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설명했고, 그는 탄성을 질렀다. 그러면서 대뜸 "문 대통령은 훌륭한 운전사"라면서 손으로 핸들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서로가 '빵' 터졌다. 묻지도 않은 문 대통령의 얘기를 외신이 꺼내다니…. 북미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까닭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미디어룸으로 들어가 본 업무를 소화했다. 북미 정상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의 새로운 관계 정립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포로 즉시 본국 송환 및 전사자 유해 발굴을 위해 양국이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러한 합의문 내용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가 궁금했다. 해외 언론인을 만나 나라와 소속을 먼저 밝혔다. 그럴 때마다 보인 외신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매우 반가워하는 태도를 보였다. 일부 외신 기자는 인터뷰를 마친 뒤 문 대통령의 얘기를 꺼냈다. 한 중국 기자는 "(문 대통령은) 북미회담의 발판을 마련했다. 정말 좋은 남자"라며 호감을 표시했다.
이번엔 미국의 한 여성 기자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문 대통령이 외교적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는 물음에 기자는 느린 말투로 강조하면서 "굉장히!(Absolutely)"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에게 후한 점수를 왜 줬을까. 이번 북미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문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북미회담의 주인공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북미 관계의 개선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 첫발은 한반도 평화에 한발 더 다가서게 한 위대하고 소중한 첫걸음이다. 과연 이 땅에 항구적 평화와 번영이 찾아올까. 문 대통령이 훗날 어떤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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