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가는 곳엔 그들이 있다'…주목되는 김여정·현송월 역할론
[더팩트ㅣ싱가포르=신진환·이철영·이원석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번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현장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동행했다. 주요 일정마다 모습을 드러냈던 친동생 김여정과 현 단장을 향한 김 위원장의 신임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부부장과 현 단장이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건 10일(현지시간) 오후 김 위원장이 머무는 호텔에서다. 이들은 같은 날 창이공항에 도착한 김 위원장과 함께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내린 김 위원장은 곧장 숙소인 세인트레지스 호텔로 향했고, 그 보다 약간 앞서 현 단장이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버스를 이용해 호텔에 먼저 도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부부장과 현 단장은 우리에겐 매우 익숙한 인물이다. 우선 현 단장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공연을 위해 남한을 방문해 화제가 됐었고,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도 참석한 바 있다.
싱가포르에 등장한 현 단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그의 임무가 북미정상회담 의제인 비핵화나 북한의 체제보장 등과는 관련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행보로 미뤄 봤을 때 현 단장은 '문화 교류'라는 측면에서 매우 상징적인 역할을 주요 일정 때마다 해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현 단장이 먼저 남한에서 공연을 통해 '평화 분위기'를 조성한 것 또한 주목할 점이다.
미국의 언론매체인 악시오스는 같은 날(10일) 트럼프 대통령 팀이 북한의 체조 선수단을 미국으로 초청하고, 평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미국 공연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도 현 단장이 북·미 간 삼지연 관현악단의 미국 공연 준비 등을 위해 미국 대표단과 실무적인 접촉을 하거나 추후 이를 논의하기 위한 대화 채널 구축 작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있는 곳엔 항상 모습을 드러내는 김 부부장은 싱가포르에서도 <더팩트> 카메라에 잡히며 동행이 확인됐다. 김 부부장의 모습이 찍힌 건 김 위원장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을 갖기 위해 호텔을 떠날 때다.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 비서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들을 도맡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지난 2월 직접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당시 친서에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겼고 이후 4·27 남북정상회담이 무사히 열렸다. 남북 대화의 장을 여는 직접적 역할을 김 부부장이 한 셈이다.
김 부부장은 남북정상회담에서도 눈에 띄었다. 그는 이동 중엔 반드시 김 위원장 반경 5m 내에 위치하며 그를 밀착 보좌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화동들로부터 받은 꽃을 챙기고, 김 위원장이 방명록을 작성할 땐 직접 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정 하나하나가 진행될 때마다 수행원들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지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결정적으로 김 부부장은 남북 정상 간의 본 회담에서도 김 위원장 왼편에 앉으며 핏줄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최측근'임을 과시했다. 일각에선 김 부부장이 여동생으로서 김 위원장에게 조언까지 할 수 있는 유일한 '실세'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 부부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 대화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 위원장보다 조금 늦게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오는 12일 오전 9시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갖는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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