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는 어쩌다 'X맨' 소리를 듣게 됐나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자유한국당 내 홍준표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한 단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당 대표를 향한 비난이 터지면서 한국당이 다시 한번 내분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최근 한국당 내부에선 홍 대표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지지율이 고착화된 상태로 변화가 없자 홍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성태 원내대표의 전임 원내대표였던 정우택 한국당 의원은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정면 겨냥했다. 정 의원은 "당 지도부는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하여 '백의종군(白衣從軍)'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며 "이러한 백의종군의 자세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고, 그나마 우리당 후보를 더 많이 당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특히 최근 남북 관계 관련 당 지도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당 지도부가)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 당의 모습과 정국오판으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정상회담과 앞으로의 미북정상회담을 비롯 남북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를 송두리째 뒤바뀔 수 있는 외교안보적 급변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당 지도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와 대안제시 없이 무조건 반대하는 식으로 비쳐짐으로써 국민의 염원에 부응한 당의 미래지향적 좌표설정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홍 대표는 최근 평화 무드를 조성하고 있는 남북 관계에 대해 '위장평화쇼'라고 칭하는 등 지속해서 각을 세우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비판은 한국당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서도 나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등은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직접적으로 반발했다.
최근 후보자들 사이에선 홍 대표와 일부러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단 말도 나왔다. 홍 대표 때문에 표만 달아난다는 인식에서다.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 남경필 후보 등은 당 슬로건 사용을 거부하기도 했는데 정치권에선 이 또한 당 지도부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오죽하면 홍준표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선대위원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9일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 논평)
상대 진영인 더불어민주당이 홍준표 대표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홍 대표가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으로 불릴 정도로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헌신(?)하고 있다는 반어법이다.
지난 1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당에서 홍 대표가 종신 대표가 되는 것이 민주당이 종신 집권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홍 대표를 종신 대표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근히 홍 대표를 꼬집은 것이다. 하 의원은 민주당이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면 민주당의 X맨(첩자)인 홍 대표가 종신하는 것이 민주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제삼자인 하 의원이 보기에도 홍 대표가 x맨으로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홍 대표가 X맨이라는) 그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당내에서도 많은 불만이 쌓여있다"며 "홍 대표와 지도부가 워낙 당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신뢰를 주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변화가 좀 필요할 거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홍 대표는 자신들에 대한 여러 평가들과 당내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그는 정 의원의 비판 입장이 나온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자기들이 망쳐 놓은 당을 살려 놓으니 지방선거 불과 보름 앞두고 당 대표 보고 물러나라고 한다. 분란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망치게 하고 그 책임을 물어 나를 물러나게 하려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일하게 충북에서 자기 지역 도의원 공천도 못 하고 민주당 후보를 무투표 당선시킨 사람이 이제 지방선거 전체를 아예 망쳐 놓으려고 작정한 모양"이라며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했다.
한편, 지난 28일 성균관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렸던 홍 대표의 특강에서 학생들은 홍 대표에게 '막말 논란', '낮은 지지율 고착', '나쁜 이미지' 등에 대해 물었다. 특히 이 자리에선 '홍 대표가 X맨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도 있었다. 홍 대표는 이에 대해선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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