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여지 남기는 金·安…"박원순 이길 후보는 나"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밀당'(밀고 당기기)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나 반드시 자신이 단일 후보가 돼야 한다고 피력하며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김·안 후보는 28일 오전 같은 시간 단 500m 거리 내에서 각각 일정을 소화했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 모두 토론회 일정이었다. 김 후보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안 후보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초청토론회에 참석했다. 최근 두 후보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질문인만큼 여지없이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각 토론회에서 모두 나왔다.
지난 17일 처음으로 단일화를 언급하며 불을 붙인 김 후보는, 이날 태도를 약간 바꿔 단일화 논의를 '밀어'냈다. 김 후보는 "안 후보 쪽에선 김문수가 자신이 없어서 그렇다고(단일화하자고 한다고) 얘기한다. 단일화에 대해선 더이상 생각하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겠다"고 자존심 상해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를 하더라도 저 혼자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안 후보도 맞장구를 쳐줘야 하는데 제가 (후보에서) 들어가야 한다고 그러니 (말을)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여지는 남겨뒀다. '가능성이 제로(0)라는 것이냐'는 질문에 "제로라는 것이 정치에선 잘 없지 않나"라고 말을 아꼈다. '안 후보와 지지율 2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양상인데 논의가 돼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제가 여론조사 전문가 얘기 들어보고 추세들을 보니 2등은 분명히 저"라며 "그리고 저는 2등 하려고 출마한 게 아니라 1등 하려고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에서 자신이 더 강한 후보라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500m 떨어진 곳에 있던 안 후보에게도 역시 단일화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마침 질문도 '김 후보에게 직접 단일화를 제안하지 않을 거냐'는 것이었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말을 아꼈다. 그는 "유권자들이 판단해주실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 않겠다'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대신 안 후보는 "박원순 후보와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저"라며 "김 후보는 확장성이 제한돼 있어서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유일하게 과거 대 미래 구도를 만들 수 있는 후보이고 김 후보는 과거 대 과거"라며 "저만이 우리 서울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3선에 도전하는 여권의 박원순 후보를 저지해야 한다는 공통적 목표에는 두 후보 모두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진전 없이 '밀당'만 계속되는 것은 일종의 '자존심 싸움'으로 풀이된다. 어떤 후보로 단일화를 할 것인가, 어떤 정치적 정체성 아래서 단일화를 할 것이냐 등의 주요 의제들에 대해 서로 한발자국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이다.
상황상 처음 단일화 얘기를 꺼냈던 김 후보는 이날 안 후보 측에 서운함을 표하며 논의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어서 이제 공은 안 후보에게로 넘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후보 측의 태도 변화가 단일화 논의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두 후보가 선거 막바지 극적으로 단일화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지금은 두 후보가 단일화 화두를 이어가면서 시선을 끌고 충분히 물밑 협상을 한 다음 선거 막마지에 결실을 이룰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사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일화를 하지 않고 지방선거에 들어갔다가 꼴찌를 할 경우"라며 "지금은 자존심 싸움을 계속 벌이지만 결국, 박원순 후보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어느 한 후보가 양보하는 모습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28일)부터 6·13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에 들어갔고 이제 결전의 날은 약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여권의 독주를 막는다는 의미에서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김·안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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