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 없는 '손학규 징크스'…스스로 홍보에 활용하기도
[더팩트 | 김소희 기자] 그가 결심한 날은 꼭 '빅 이슈(Big issue)'가 터진다. 그는 자연스럽게 묻힐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 늘 그래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치권에선 손 위원장이 중대 결정을 예정한 날 빅 이슈가 터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서 그에게 붙은 별칭이 '손학규 징크스'이다.
지난 24일 밤 돌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뉴스는 국내외 모든 이슈를 덮어버렸다.
앞서 손 위원장은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한 상황이었다. 당내에서 송파을을 두고 경선결과에 따르느냐 전략공천을 하느냐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상황에서 불출마 의사를 보여왔던 손 위원장의 정치적인 결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손 위원장의 송파을 출마 선언은 금세 잊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 완전히 묻혔다. '손학규 징크스'가 이번에도 들어맞은 것이다.
손 위원장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결단을 내리거나 중요한 행보를 보이려고 할 때마다 이런 징크스가 반복됐다. 세간에서는 이에 대해 '타이밍의 저주' ,'만덕산의 저주', '정치계 펠레'라고 부르기도 했다.
'손학규 징크스' 시작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10월 9일 손 위원장은 '100일 민심 대장정'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해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날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100일 만에 대중 앞에 선 손 위원장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07년 3월 손 위원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했지만, 이날 한·미 FTA가 체결됐다. 2010년 11월 정권의 민간인 사찰 특검을 요구하며 정치인 최초로 장외투쟁에 나섰지만, 다음날 북한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다. 손 위원장의 장외투쟁은 하루도 되지 않아 중단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만덕산의 저주'도 있었다. 손 위원장은 2014년 7·30 수원병 보궐선거 낙선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만덕산에서 2년간 칩거했다. 그리고 약 2년 만인 2016년 10월 20일 정계복귀와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을 위해 하산했지만, 며칠 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터졌다.
또, 2017년 2월 17일 국민의당에 입당한 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스탠퍼드대학교 객원교수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잠시 떠났다가 귀국한 12월 21일엔 제천 스포츠센터 화제가 발생했다.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날인 지난 5월 3일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가수 박진영의 구원파 전도 논란 등이 터졌다.
손 위원장 스스로도 '손학규 징크스'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손학규 징크스'를 오히려 내세우며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손 위원장이 지난해 3월 제19대 대선 국민의당 경선후보로 나섰을 당시 영화 '광복절 특사'를 패러디한 포스터를 활용했는데, 캠프 측은 "인생은 타이밍이다. 손학규가 결단하는 날엔 무언가가 터지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란 문구를 홍보 포스터에 담았다.
한편 손 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러분의 간곡한 요청으로 지방선거를 살리기 위해 제가 죽는다는 심정으로 나서려 했으나, 당이 혼란과 분열 위기로 치달아 생각을 접는다"면서 전날 밝힌 송파을 재선거 출마 의사를 철회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