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 언급…靑 확대 해석 경계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김정은은 역사상 없는 가장 큰 기회를 가지고 있다, 뭔가를 해낼 수 있는 기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회담 전 한·미 기자들로부터 '북한과 김정은이 CVID를 결정한다면, 당신은 정말로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란 질문을 받자 "보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이견을 노출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재자'로 나선 문 대통령과 만남에서 북한을 향해 전략적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워싱턴 백악관에서 배석자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가졌다. 취임 후 네 번째 회담이며, 다섯 번째 만남이다. '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과 '오는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성사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 여정'의 '징검다리'로써 의미를 갖는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을 '비핵화 담판'의 장으로 펼쳐질 회담 테이블로 이끄는 데 주력했다. 이에 한미 정상은 북미정상회담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주목할 만한 발언'들을 했다.
◆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봐야 될 것"
이날 회담의 관건은 북미정상회담의 향방이었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서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 '리비아식 해법' 등 비핵화 허들을 높여온 미국을 향해 "일방 핵포기 강요 시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라며 브레이크를 걸었다.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 조치'를 원해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시 체제보장과 경제번영'이란 새 대안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그런데도 북·미 간 거리는 점차 벌어지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단독정상회담에서 한 모두발언에서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지 안 열릴지는 두고봐야 될 것"이라며 "만일 그것이 열린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이고, 북한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지만 열리지 않는 것도 괜찮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보는 관점이지,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도록 하자는 데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북한의 태도변화에 계속해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포석으로 풀이했다.
◆ "'빅 딜(big deal)'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 로드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괄타결 방식'을 언급하며 비핵화 시 체제보장을 하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공동기자회견에서 '일괄 타결 방식과 단계적 비핵화 가운데 어떤 것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에 "완전히 그렇게(일괄타결) 해야된다는 것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꺼 번에 '빅 딜(big deal)'로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주 짧은 시간에 딜이 이뤄졌으면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시 체제보장 여부'에 대해 "그것은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 온 것이다. 그리고 또 김정은은 안전할 것이고, 굉장히 기쁠 것이다. 또, 북한은 굉장히 번영될 것"이라며 "한국·중국·일본 3국이 북한을 아주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많은 지원을 지금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또한 양 정상은 최근 북한이 보인 한미 양국에 대한 태도에 대해 평가하고, 북한이 처음으로 완전 비핵화를 천명한 뒤 가질 수 있는 체제 불안감의 해소 방안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말씀을 하신 적도 있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에 대해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이라는 것은 결국은 체제 보장에 대한 부분일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체제와 관련된 체제 보장과 안정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 "나는 文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의 적극적 중재자 역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외교 능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검증대에 섰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하며 힘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비핵화 이슈를 푸는 데 있어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대해 얼마나 신뢰하고 있나'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문 대통령의 능력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 지금 문 대통령이 아니면 이 문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특히 문 대통령께서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질 것이냐, 안 이뤄질 것이냐는 두고 봐야 되겠다. 하지만 한국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인 것이 아주 운이 좋다"고 말해 장내 웃음이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도 모두발언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통령님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세계평화라는 꿈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며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 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대통령께서 해내시리라고 저는 확신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 "김정은, 시진핑 만난 후 태도가 좀 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다음으로 주목할 대목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발언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전후 과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을 갖는 등 북·중 간 결속력을 높이고 있다. 이를 놓고 북·미 간 비핵화 담판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미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중 간 밀착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김정은이 두 번째 시 주석과 만난 다음에 내가 보기에는 김정은의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것에 대해 별로 좋은 느낌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시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태도 변화가 있었다라는 논란이 사실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굉장히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는데, 종전선언이나 평화 협정 체결 과정에서 남북미중, 4자 구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란 시각도 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 종전선언 단계에서 남북미중, 4자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니고, 다만 여러 가지 평가 과정에서 언급이 된 적은 있습니다만 그 부분이 어떤 식의 어떤 결론이고, 어떤 판단이다라고 결론을 낸 바는 없다. 의견 교환들은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부터 25일까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북·미 정상회담 자체가 좌초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일각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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