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의제로 '핵우산 제거' 포함?…'북한판 마셜플랜' 부상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최근 국내외 시선은 한 달여 뒤 '북미(미북)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세기의 핵 담판'을 펼친다. 최대 쟁점은 북한의 비핵화 범위와 완전한 핵폐기 완료 시점이다. 또 북·미 간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및 체제 보장 '빅딜'과 '북한판 마셜플랜' 등이 부상하고 있다. 명칭부터 의제 등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이슈와 궁금증을 짚어봤다.
◆ 북미? 미북? 정상회담 명칭은?
국내 언론은 '북미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 명칭을 혼용해서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해당 국가는 자국을 앞세워 호칭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 정권인 경우 정당성 여부와 별개로 분단국가란 특성에서 '북미정상회담'으로 쓰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정상국가로서 북한의 지위를 고려해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점을 들어 '미북정상회담'을 써야 한다고 본다.
현실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외교와 무역을 할 수 있을 때 이를 정상국가로 본다. 국제 외교에서 고립되고 무역제재를 받는 북한의 최근 비핵화 의지 표명과 일련의 움직임은 '정상국가'로 향하는 것이란 게 많은 사람들의 시각이다.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폐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오는 23~25일 중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지난 13일 공식 발표하며 비핵화 이행 의지에 대한 신뢰를 높였다는 평가다.
이를 놓고 '폐쇄'냐 '폐기'냐 혼선이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달 29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브리핑 때부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라고 했는데, 완전한 비핵화라는 게 '핵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폐쇄'라는 표현을 '폐기'로 수정한다"고 말했다.
◆ 비핵화 모델…CVID? PVID? SVID?
이번 북미회담의 쟁점은 비핵화 모델에 대한 이견을 어느 선까지 좁히느냐다. 앞서 북한은 동시적·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해왔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원칙'을 고수해 왔다.
그러다 '슈퍼 매파(대북강경파)'로 알려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취임식에서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이른바 '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들고 나왔다.
이는 '완전한'에서 '영구적'으로 한층 강화된 개념으로 해석됐다. 지난 9일 재방북 길에 오른 폼페이오 장관은 다시 'CVID'를 언급하며 선회했다. 우리 정부는 "PVID나 CVID는 같은 개념"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SVID(Suffici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개념을 제시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태영호 증언' 출간 기념회를 갖고 "'충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SVID)'로 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CVID를 하려면 강제사찰이나 무작위적 접근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는 북한 핵심인 절대권력, 수령체제를 핵폐기로 무너뜨린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비핵화 대가로 '북한판 마셜플랜' 부상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 발표는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9일 회동 다음 날인 10일 발표됐다. 이에 따라 이날 회동에서 북미는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큰 틀의 합의를 이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곧바로 13일 핵실험장 폐기 일정을 확정했고, 미국은 비핵화 대가로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내놨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면, 미국의 기업인과 자본가 중에서도 가장 최고의 자본과 투자자를 얻게 될 것"이라며 민간기업 투자를 거론했다. 이를 두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경제부흥을 위해 실시됐던 '마셜플랜'에 빗대 이른바 '북한판 마셜플랜'이 구체화하고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반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4일 폼페이오 장관 언급과 관련해 "(그러한 절차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판 마셜 플랜'과 관련해선 "이름이야 어떻게 붙이든 기본적으로 비핵화 문제와 체제보장은 맞교환 성격이 처음부터 강하지 않았나"라고 언급했다.
◆ 북미정상회담 의제 '핵우산' 포함되나
북미정상회담 의제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제공하는 '핵우산 제거'가 포함될지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선언하며 선제적인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서, 반대 급부로 주한미군의 '핵우산 제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핵우산(核雨傘, nuclear umbrella)이란 핵무기 보유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 제3조 4항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4일 '한반도 비핵화에는 미국의 (대 한국)핵우산이나 전략자산 전개가 포함될 수 있나'라는 물음에 대해 "그런 문제까지 포함해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가 논란이 일자, 발언을 뒤늦게 수정했다. 그는 "저는 북미회담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다"며 "핵우산과 전략자산 전개가 북미 사이에 논의되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 북핵 폐기장 거론 '오크리지' 어떤 곳?
이런 가운데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북핵 폐기장을 공개 지목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구적 비핵화를 위해 핵시설을 폐기, 미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내 보관 장소로는 '테네시주 오크리지'를 꼽았다.
테네시주 오크리지는 1945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인류 최초의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곳으로 '원자력 도시(Atomic City)' 또는 '비밀의 도시(the Secret City)'란 별칭으로 불린다. 2003년 리비아가 폐기한 핵시설을 옮겨온 곳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난 14일 "북미 간 논의 내용이라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가 기왕의 핵무기가 북한 땅에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당연하다"며 "제3국으로 이전하든지, 자체적으로 폐기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美, 北에 핵검증 위해 다국적군 파견?
15일엔 미국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 내 핵 시설·물질에 대한 속전속결식 사찰·검증을 위해 대규모 다국적군을 북한에 파견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이란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안점검회의때 보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면서 "군대가 북한에 들어가서 핵폐기 등을 직접 검증한다는 주장인데 선례도 없고, 군은 아시다시피 핵 과학적 능력이 없는 집단이기 때문에 한마디로 현실 가능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리비아 등 핵시설 검증을 위해 군이 파견된 선례가 없고, 과거 핵 사찰의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전문기관이 해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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