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트럼프 대통령,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이유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트윗 떴다."
지난 10일 자정 무렵. 지인과 전화통화를 하던 중이었다. 대화 주제는 북미정상회담 장소였다. "싱가포르 쪽인 거 같던데? 트럼프 성격상 평양에서 할지도…"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기의 회담' 날짜와 장소가 '깜짝 발표' 됐다. 한국 시각으로 밤 11시 37분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6월 12일 싱가포르 개최'를 공개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빠르게 확인했다. 곧바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환영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이날 '깜짝 발표'를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며 여러 차례 운을 떼왔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해법을 놓고 최근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장소 발표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이러한 가운데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송환 성과를 내면서 긍정적 기류가 읽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내"를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사흘도 필요하지 않았다. 하루 만에 발표가 이뤄졌다. 그리고 '또' 트위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중대 사안에 대한 발표를 언론이 아닌 트위터를 통해 해왔다. 지난 1월 초 영국 민영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트위터를 애용하는 이유로 "내가 그런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면 나 자신을 방어할 수 없다"면서 "나에 대한 가짜 뉴스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밤 발표에 불평을 털어놓자 주변에서 비화를 귀띔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차 국빈방한 했을 때, 비공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내 트위터를 잘 보면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양 정상 간 나눈 비공식 대화라 사실을 확인할 수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행보상 그럴 법하게 들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들에 대해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13일에도 '북한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는 행사를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하기'로 발표하자, 트위터로 화답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감사 인사와 함께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행동!'이라는 글을 남겼다.
주목할 점은 트위터에 드러난 '속마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미국 정부와 달리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두 개의 트윗을 보자.
"The highly anticipated meeting between Kim Jong Un and myself will take place in Singapore on June 12th. We will both try to make it a very special moment for World Peace!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과의 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것이다. 우리 모두는 세계평화를 위한 아주 특별한 계기를 만들 것이다.)"
"North Korea has announced that they will dismantle Nuclear Test Site this month, ahead of the big Summit Meeting on June 12th. Thank you, a very smart and gracious gesture!(북한이 6월 12일 큰 정상회담에 앞서서 이번 달 핵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했다. 생큐, 매우 똑똑하고 정중한 제스처!)"
'매우' '큰' '특별한 계기' '정중한 제스처!' 등등.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들이다.
그 이면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정치 일정이 연계돼 있다는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오는 11월 미 중간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포르노 배우 등과 '성(性) 스캔들'에 휩싸이며 도덕적 치명상을 입었다. 2020년 재선을 위해선 비핵화와 관련한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 이를 위해 '노벨평화상'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 또한 북미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한반도 운전석에 앉은 문 대통령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모르지 않는 듯하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이는 '한반도 평화'라는 '실리'를 얻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문 대통령의 국정 목표이기도 하다. 취임 1주년인 지난 10일 문 대통령은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고자 한 1년이었습니다"라며 "평화가 일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바랐다. 그리고, '6월 12일'. 한반도 비핵화 시계가 운명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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