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홍준표 대표와 당 지도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려"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4.27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연일 혹평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한 내부 반발이 거세다. 특히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환영하면서 홍 대표는 물론, 한국당 지도부와도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판문점 선언'을 평가절하한데 이어 같은 달 30일에도 남북 간 합의를 혹평했다. 홍 대표는 이미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위장평화쇼'라고 명명했고,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서는 "결국,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 김정은이 불러준 대로 받아 적은 게 남북정상회담 발표문"라고 평가절하했다.
홍 대표는 또 지난달 30일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이번 회담 결과는 우리 안보의 자발적 무장 해제에 다름이 아니다"라며 "문 대통령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고 합의를 해줬다. 앞으로 북한이 선언을 지키라고 시비를 걸면 한미 군사 합동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이뤄진 이면에 북한 김정은과 우리 측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정당처럼 적당히 환영하고, 실천을 촉구하는 수준에 머무른다면 지방선거에 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저는 결코 그럴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이런 강경 발언에 당내에서도 자중론이 제기됐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홍 대표의 발언이 보수의 집결보다는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들은 홍 대표는 물론, 당 지도부와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같은 날 SNS를 통해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특히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여러 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판문점 선언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서, 실향민 2세로서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도 합의가 제대로 이행돼 완전한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정착 기반 조성의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지켜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다양하고 진일보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을 의미 있게 평가합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님! 수고하셨습니다. 국민과 함께 '해피엔딩'이 되도록 박수치고 응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30일엔 라디오에서 "일단 시작은 잘했다. 박수도 치고, 또 매의 눈으로 보면서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호 경남지사 후보도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에 "남북정삼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습니다. 환영합니다"라며 "완전한 비핵화가 없이는 완전한 평화도 없습니다.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처럼 한국당의 유력 후보들이 홍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지도부의 인식이 국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심지어 온라인 등에서는 홍 대표의 이런 발언들이 더불어민주당을 도와주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이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당 한 관계자는 "차라리 지방선거 현장에 오지 않는 게 낫다. 최근 지도부는 너무 민의를 모르는 것 같다"며 "보수 결집을 위한 것으로 이해는 하지만, 너무 옛날 인식인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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