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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초점] '6월 개헌 무산'…책임은 누구에게

  • 정치 | 2018-04-26 05:00

 여야가 국민투표법 개정 합의 최종 시한을 넘기면서 '6월 개헌'이 무산됐다. /더팩트DB
여야가 국민투표법 개정 합의 최종 시한을 넘기면서 '6월 개헌'이 무산됐다. /더팩트DB

文대통령 "비상식 정치 이해 못해" vs 한국당 "개헌, 정쟁으로 몰아가"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국회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진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민투표법 개정을 최종 시한이었던 지난 23일까지도 진행하지 못하면서 결국 '6월 개헌'은 무산됐다.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현행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

6월 개헌은 지난해 대선 때 홍준표·유승민·안철수 등 모든 대선 후보가 내세웠던 공약이었다. 당시 후보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제왕적 대통령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국민 요구 아래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진행을 강력하게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정권이 바뀌자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여권에서 6월 개헌을 진행하려고 하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태도를 바꿨다. 논의·시간 부족, 지방선거 관심 약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당은 '6월 여야 합의·9월 국민투표' 로드맵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권은 국민들과의 약속 이행, 비용 절감, 투표율 확보 등을 이유로 6월 개헌이 필요하단 입장을 고수했다. 여야 논쟁은 계속됐고, 이견은 좁혀질 기미가 없었다.

국회에서 논의가 부진해지자 6월 개헌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해오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정부 주도의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야당은 개헌은 국회에서 주도해야 한다며 문 대통령 주도 개헌을 제왕적·졸속 관제개헌이라고 반발했다. 내용과 관련해서도 개헌안에 포함된 '4년 연임제' 등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등 비판을 쏟았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개헌을 국회가 주도하고 싶으면 말로만 얘기할 게 아닌 실천 모습을 보여달라"며 국회 내 합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제왕적·졸속 관제개헌"이라고 반발했다. /문병희 기자

하지만 이후로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여당에선 야당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반발했으나 야당은 '잘못된 개헌'이라고 맞섰다. 구체적 개헌 내용에 대한 논의는 물론 국민투표법 개정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김경수 의원 등 여권 소속 인사들에 대한 논란, 의혹들이 터져 나오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자격 논란으로 길고 긴 공방이 이어지더니 김 의원의 댓글 여론조작 연루 의혹까지 커지며 국회는 멈춰섰다. 결국 국민투표법 개정 최종 시한은 지났다.

현재 야당 중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한국당은 국회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김 의원이 연루된 '댓글 조작' 논란에 대한 특검을 수용하면 국민투표법 논의를 진행하겠단 입장이다.

6월 개헌이 무산되자 정치권은 책임 공방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국민투표법이 원래 기간 안에 결정되지 않아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무산되고 말았다"며 6월 개헌 무산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국민께 다짐했던 저의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국민들께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회는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모아 발의한 개헌안을 단 한 번도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투표 자체를 하지 못하게 했다"고 국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했다.

또 "약속을 마치 없었던 일처럼 넘기는 것도, 2014년 7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위헌법률이 된 국민투표법을 3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비상식이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되풀이되는 우리의 정치를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개헌이 무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6월 개헌이 무산되자 "비상식이 아무런 고민 없이 그저 되풀이되는 우리의 정치를 이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며 국회를 정면 비판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야당은 이에 반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6월 13일이라는 시간표를 짜놓고 개헌 장사를 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쇼는 이제 막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개헌을 갖고 장난을 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일당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라며 "개헌을 정쟁으로 몰아가 무산시키겠다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의도를 잘 알고 있다. 국회에서 국민 개헌을 완성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문 대통령) 본인은 약속을 하나도 안 지키면서 (개헌 무산) 책임을 정치권과 국회가 져야 한다는 시각과 관점에 울분을 토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헌안을 깨끗이 철회해주기를 바란다"고 따졌다.

현 상황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야 모두가 잘못"이라고 견해를 내놨다. 박 교수는 "개헌이란 문제가 어떤 역사적으로 꼭 해야 할 것이고 당리당략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닌데 한국당의 자세는 헌정사적 사고가 부족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국민투표법은 개헌 문제를 떠나서라도 고쳐놔야 했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여권을 향해서도 "동시에 여당과 청와대도 무능했다고 판단한다. 개헌은 국민의 몫이지 대통령의 몫이 아니다. 공론화 등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본다"며 "개헌안만 던져놨지 정무적 노력을 제대로 했느냐고 한다면 너무나 부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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