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서도 '김기식 악재' 우려…靑 "입장 변화 없다"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이름을 올리면 낙마한다.'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Death Note)'다. 문재인 정부 초기 내각 과정에서 회자된 말이다. 문재인 정부에 비교적 우호적인 정의당이 지명철회 또는 자진 사퇴를 요구한 인사 대부분은 낙마한다는 얘기다. 실제 정의당이 반대한 박성진(중소벤처부)·안경환(법무부)·조대엽(노동부) 전 장관 후보자와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은 자진 사퇴했다.
여기에 최근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에 휩싸인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여비서 특혜 승진, 정치자금 돈세탁 등 연이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 적극적으로 방어하던 여당도 난감한 분위기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논란이 제기된 지 엿새째인 12일 현재까지 "해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외유성 해외 출장·여비서 특혜 승진·셀프 후원 등 잇따른 의혹
김기식 금감원장은 지난 2일 취임과 동시에 '코드 인사'란 비판을 받았다. 보수 야권은 김 원장이 시민단체와 국회에서 활동한 정치인 출신이란 점을 들어, 반(反)금융·비전문가 인사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취임 일주일 만에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해외 출장'을 간 의혹이 제기돼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해당 건은 19대 국회 정무위 소속으로 활동하던 지난 2014년 한국거래소 주관 우즈베키스탄 출장, 2015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주관 미국·유럽 출장과 우리은행 주관 중국·인도 출장 등이다.
자유한국당은 뒤이어 김 원장의 유럽 출장 때 동행한 여비서의 특혜 승진 의혹을 제기했다. 2015년 5월~6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예산으로 간 미국·유럽 출장 때 동행한 비서가 당시 '정책 비서'가 아닌 '인턴 신분'이었으며, 귀국 후 곧바로 9급 비서로 채용됐고, 8개월 후엔 7급 비서로 승진했다는 의혹이다. 또,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은 중국 출장도 공식 일정 외 관광 일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지난 10일 김 원장에 대해 뇌물·직권남용·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바른비래당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한국당은 11일에도 김 원장의 '정치자금 돈세탁' 의혹을 추가 폭로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원장이 자신이 속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에 국회의원 임기 만료 직전 5000만 원을 '연구기금' 명목으로 '셀프 후원'했다고 주장했다. 더좋은미래는 김 원장이 임기 만료 뒤 소장을 맡은 '더미래연구소'로 이어졌다. 앞서 출장에 동행한 비서 역시 더미래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한 상황이다. 청와대는 지난 9일 "출장은 공적인 목적으로 적법하며, 해임에 이를 사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 與 내부서도 사퇴론 고개…지지율 하락에도 靑, 버티는 내막
꼬리를 무는 의혹에 범진보 진영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서도 '김 원장 사퇴' 쪽에 무게가 기울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1일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김 원장 해임 불가) 입장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인사의 원칙이 적법이라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에 벗어났다는 공개적인 선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됐다. 여당 내부는 '김기식 논란'이 자칫 6·13 지방선거의 악재로 작용할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원식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화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김두관 의원이 '금감원장 문제 심각합니다 청와대에…'라는 문자를 보낸 장면이었다. 우 원내대표가 김기식 원장에게 "잘못된 일이 없다면 단단히 맘먹어라"라고 보낸 메시지도 카메라에 담겼다.
이런 상황에서 '김기식 논란'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정수행 지지율은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여 60%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김 원장에 대한 신임 기조에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김 원장 거취에 대한 입장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입장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정의당조차 야권의 김 원장 사퇴 압박 대열에 동참하려는 분위기에도 입장 변화가 없느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기조는 야권 공세로 사퇴할 경우, 2기 내각 구성 등 향후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 대한 공세가 더 거세질 것을 우려한 것이란 게 일각의 시각이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 당시 '재벌 저격수'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 원장을 임명한 것은 '금융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란 점도 주목한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1일 하루 동안 전국 성인 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한 결과,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므로 김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은 50.5%로 나타났다. 반면 '재벌개혁에 적합하므로 사퇴에 반대한다'고 답한 비율은 33.4%였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론 악화로 인해 이번 주 내에 김 원장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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