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보들, 유권자에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선거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거야. 손에 똥 안 묻히고 진주 꺼낼 수 없다."
한국 정치 선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영화 '특별시민'에 나오는 한 대사다. 이 대사를 곱씹어 보면 당선을 위해서 스스로 구정물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읽힌다.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겠지만, 공명한 선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아무리 허구인 영화라지만, 우리나라 정치 현실의 단면을 풍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민주주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출마자의 궁극적 목표는 당선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모두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결국에는 승자가 독식한다. 단 1표 차이라도 2위는 패자일 뿐이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상대를 꺾어야 하기에 경쟁이 과열되고 권모술수가 난무한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최근 행보를 보면 고개가 가로저어진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후보 간 비방전이 난무한다는 뉴스가 정치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상대 당 후보뿐이 아니라 경선에서 맞붙을 같은 당 후보까지도 거세게 몰아붙인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해 보인다.
접전 지역일수록 공세의 수위는 더욱 세다. 또, 여론조사상 후발주자가 선두를 향해 비방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특히 경선 출마율이 다른 당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부 다툼이 치열하다. 후보 간 깎아내리는 비방 발언은 예삿일이고 고소·고발전도 벌어지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비방전을 자제해달라"며 당부할 정도다.
흑색선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정책과 비전 제시는 실종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권자들에게 '왜 내가 당선이 돼야 하는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알맹이'보다는 '껍데기'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지만, 선거판을 보면 구태 정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비판 여론에 수긍이 간다.
후보자 간 볼썽사나운 다툼에 유권자는 정치를 외면할 수밖에 없다. 팍팍한 일상 속에 정치권 다툼을 반길 이가 누가 있을까. 결국엔 선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후보들은 관심을 두고 한 표를 던져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선거의 과정 역시 결과 만큼 중요하다는 후보자들의 인식이 필요한 때다. 후보자들은 유권자의 처지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후보 누구라도 물고 뜯는 공방이 아니라 건실한 정책과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누굴 선택할 것인가 하는 잣대를 유권자에게 제공해야 함이 옳다.
지방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경선과 본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대를 헐뜯는 비방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선거는 상대방과의 싸움이 아니라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야 하는 싸움이다. 설령 비방과 흑색선전 전략에 치중해 당선된다 한들 상처뿐인 영광이고, 결국엔 제 살 깎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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