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의원 "지방에 있다" → 서울서 목격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
이러한 질문을 받아본다면, "저요"라고 손을 들 사람은 전 세계 인구 중 몇 명이나 될까. 어른은 물론이고 청소년과 유아들도 때에 따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사실,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회 속에서 '진실'만을 얘기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 한들 '거짓'은 쉽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자명한 이치다.
최근 정치권에서 '거짓' 논란이 뜨거웠다. 개중 성추행 의혹을 받는 정봉주(57) 전 의원은 '거짓 해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사건 당일과 장소로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 간 적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그날' 행적이 담긴 780장의 사진을 증거로 내세우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미투(Me Too)' 폭로자를 의심하는 여론도 생겨났다.
그런데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여성이 해당 날짜 호텔 사진을 공개하면서 여론이 기울어졌다. 정 전 의원은 해당 날짜의 증거 자료를 찾던 중 해당 호텔에서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했다고 했다. 여론은 거짓 해명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말마따나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해당 호텔의 결제 내역을 확인했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방어였는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론은 들끓었고, 정 전 의원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다. 진실공방에서 백기를 든 그는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철회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두문불출했던 그의 근황을 취재하던 중 정 전 의원과 통화가 연결됐다. 지난 3일 오후 "자숙한다고 했는데, 집에만 있는 거냐"는 질문에 정 전 의원은 "밖에 나와 있다. 집에도 안 들어간다. 지방에 내려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당일 서울에서 목격됐다. 결론적으로 그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한참 생각했다. 그는 왜 또 거짓말을 했을까. 수화기 너머로 전혀 떨림 없이 했던 거짓말은 언론의 노출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애써 짐작할 뿐이다. 설령 이러한 이유였다 치더라도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거짓말로 치명타를 입은 정 전 의원이 보도를 통해 또다시 거짓말을 한 사실을 대중들이 알게 된다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타격을 받은 정 전 의원의 정계 복귀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국민이 바라보는 그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남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윤리적 관점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도 거짓으로 속이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거짓말은 위험부담이 따르고 거의 들통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 정 전 의원은 쉽게 회복할 수 없는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향후 정 전 의원이 정계에 다시 복귀하려 한다면 누가 그를 믿고 따를까. 국민은 그리 어리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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