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등판'에 협공…결선 투표제 물 건너가면 '단일화 카드' 가능성
[더팩트 | 김소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주자인 박영선·우상호 의원이 연일 스스로를 여당의 필승카드라고 주장하며 '반(反) 박원순'을 외치고 있다. 두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와 함께 곧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바른미래당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과 경쟁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박영선·우상호 연대는 안철수 위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이 임박하면서 가시화됐다. 박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안철수 후보가 나오게 되면 지금까지 판과는 다른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박원순 시장은 매우 불편해지고 수세적으로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안 위원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퇴로 열린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박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부에서는 "안 위원장이 박 시장에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며 박 시장에게 양보를 요구할 것"이라는 추측이 꾸준히 나온다.
우상호 의원도 같은 날 정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011년에 4% 지지율에 머물던 박원순 당시 후보가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던 안 위원장의 양보로 인지도와 지지율이 급등했던 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안 위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면 양보프레임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단일화 협상팀장, 법사위원장, 원내대표를 하면서 문재인 (당시) 후보, 안철수 후보와 가장 일을 많이 한 경험이 있다"며 "안철수 후보를 잘 알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유연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매우 경쟁력이 높은 후보"라고 강조했다. 우 의원도 "나는 빚진 것이 없기에 전국적인 지방선거를 공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후보"라고 했다.
박 의원과 우 의원의 '반박(반박원순)' 협공에 대해 박 시장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박 시장은 '양보론'에 대해 "안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나 위치가 많이 달라졌다. 나는 민주당 당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수차례 반박해 왔다. 안철수 위원장도 "무슨 양보를 받아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박·우 연대'는 결선 투표제 도입과 관련한 난관도 마주하고 있다. 결선 투표 문제는 여당 경선후보자 신경전이 가열되는 데 한몫 더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결선 투표제에 대해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박 의원과 우 의원은 "박 시장이 지난해 대선 때와 다른 입장을 내는 등 시민단체 출신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다만 당 지도부는 결선투표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이 유리한 선거판을 굳이 흔들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안 후보의 등장으로 선거판이 출렁일 수 있으며, 이 부분은 가볍게 생각할 부분이 아니다"며 당 지도부 차원의 전략적인 판단을 촉구했다. 우 의원 역시 "새로운 흥행 카드가 필요하고, 바뀐 흐름에 대한 대응카드로 결선투표 도입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과 안 의원의 이같은 협공 전략이 현역 프리미엄을 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을 뛰어넘을 만큼 강력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이가 적지 않다. 따라서 결선 투표제 도입이 멀어지고 있는 만큼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두 의원이 단일화할 경우 당원투표와 여론조사가 5대 5 비율인 경선도 해볼만 한 대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박 시장이 30% 초중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단일화가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결선투표가 무산되면 고민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의원은 "우 후보하고 구체적인 얘기는 해보지 않았지만 상황이 변경되면 상황에 따라서 얘기를 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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