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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순방 뒷얘기] MB 구속되던 '밤'…베트남전 '유감? 사과?'

  • 정치 | 2018-03-25 05:00

베트남 순방 둘째날인 23일 하노이 현지 프레스센터 TV에 한 방송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구치소 구속 수감을 보도하며 '방문을 환영합니다' 문구가 조명된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다./하노이=오경희 기자
베트남 순방 둘째날인 23일 하노이 현지 프레스센터 TV에 한 방송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구치소 구속 수감을 보도하며 '방문을 환영합니다' 문구가 조명된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다./하노이=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5박 7일간 베트남·UAE(아랍에미리트)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올해 첫 해외순방입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와 중동 전략의 거점 국가를 방문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넓혀나간다는 구상입니다. <더팩트>는 취재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것들을 '뒷얘기'를 풀어서 전합니다.

文대통령, 베트남 2박3일 순방 마무리…24일 UAE행

[더팩트 | 베트남(하노이)=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 첫날 밤, 국내에선 '초대형 이슈'가 터졌다. 예고됐던 일이지만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당일 일정을 마친 순방 취재단 기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이번이 네 번째다. MB와 박 전 대통령 구속은 모두 '적폐청산'을 기조로 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진 일이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9시10분께 SNS 메신저가 요란하게 울렸다. 베트남과 한국 간 시차는 약 2시간이다. 한국 시각으로 밤 11시 6분 서울중앙지법은 110억원 대 뇌물수수와 340억 원대 횡령 혐의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해당 소식은 베트남 현지까지 빠르게 전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의 순방 첫 일정도 마무리될 무렵이었지만,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베트남에서 "문 대통령의 심중을 헤아려 내놓는 입장'이라는 점을 전제하며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만 답하기 어렵습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삼가고 또 삼가겠습니다. 스스로에게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깁니다"라고 밝혔다.

국내 지인에게서 걸려온 안부 전화 너머에서도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 집행 현장이 생중계되는 TV 소리가 들려왔다. '촛불 세대'인 그는 "전직 대통령의 수감 장면을 놓칠 수 있겠느냐"며 다소 상기된 목소리였다. 이 전 대통령은 국내 시각으로 자정 0시 18분에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순방 둘째날인 23일 아침 식사 대화 소재도 'MB 구속'이었다. 몇몇 기자들도 역사적인 순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MBC가 정월대보름인 22일 '쥐불놀이' 장면을 뉴스에서 내보내며, 공교롭게도 '이 전 대통령 구속' 속보 문구를 내보내 화제더라"는 얘기도 오갔다. 또 이 전 대통령 수감 장면에서 구치소 초입에 "방문을 환영합니다"란 웃지 못할 문구도 잡힌 일화에 실소가 터지기도 했다.

베트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과 발언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오경희 기자
베트남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일정과 발언에 대해 질의하고 있다./오경희 기자

○…23일 현지 이슈는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전 '유감' 표명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간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1964년 처음 파병한 이래 1973년 3월 철수할 때까지 무려 32만 명의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에 고통을 준 데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으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으며 베트남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기자들은 하노이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공식 사과'인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순방 전부터 베트남전 사과 여부가 도마에 올랐었다. 이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동등한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진정한 사과를 촉구하는 것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유감 표명 수위'를 놓고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전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호주, 뉴질랜드, 태국, 중국 등이 참여했다. 우리가 진전된 내용을 바라면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도 (베트남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서 유감이란 표현을 썼다. 현재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공식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공식사과는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와 후속조처에 따른 배상이 따른다. 그런 의미라면 오늘 발언은 공식 사과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과 해명에도 일부는 고개를 '갸웃'했다. 한편 쩐 다이 꽝 주석은 우리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는 반응이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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