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춘추관 브리핑룸에 단상 세 개 놓이자 기자들 '설왕설래'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왜?"
"너는 말끝마다 그래."
말버릇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툭 내뱉는 말이었다. 오래 전 좋아했던 선배는 "어떤 하나를 '안다'는 것은, '물음표'가 '느낌표'가 되는 것"이라고 넌지시 말했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19일 오후에도 그랬다. '작은 변화'로 술렁였다.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세 개의 단상이 설치됐다. 원래 중앙에 하나만 놓여 있었다. 국정 현안과 관련해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 비서실장,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 등이 이 자리에 섰다.
'의심'은 시작됐다. 다음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첫 공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발표하기로 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도 평소와 다른 공기였다. 마이크 테스트와 연단 위치까지 세심하게 체크했다. "예상을 넘은 발표라도 하나"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해가 밝았다. 20일, 개헌안 공개 일정은 오전 11시로 공지됐다. 춘추관의 움직임은 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침 일찍부터 브리핑룸을 점검하고, 생중계 TV 설치와 경호처의 움직임 등등. 수상(?)했다.
"(문재인) 대통령 오는 거 아니야?"
이 같은 추론에 무게가 실렸다. 엉뚱한 생각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점에서, 또 최근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회를 압박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 대통령의 등판도 상상해볼 수 있는 일이었다.
급기야 청와대 관계자는 "여러분들 사이에 대통령이 오신다는 소문이 도는데 아니다"라고 '팩트체크'까지 나섰다. 세 개의 연단은 발표자가 세 명이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물음표는 계속됐다. 한 행정관에게도 남몰래 조용히 물었지만 "아니"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였다. 이변은 없었다. 조국 수석과 김형연 법무비서관,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등 세 사람이 각자 역할에 맞게 마이크 앞에 섰다. 첫 공개한 헌법전문과 기본권 부문의 내용도 앞서 세간에 알려진 선이었다.
결국 '문 대통령 개헌안 발표설'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마음 한편엔 아쉬움도 있었다. 문 대통령이 춘추관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브리핑을 대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수시로 브리핑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격무로 바쁜, 문 대통령의 얼굴은 좀처럼 이곳에서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날의 해프닝은 아마도 30년 만의 개헌, 남북·북미 정상회담 등 '역사적 순간'을 눈앞에 두고 '문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고 싶어서 생긴 일인 듯싶다. 지금 이 시각, 문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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