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의원님, 복기왕 전 시장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더팩트ㅣ국회=이철영 기자] '불륜' 논란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동지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행 파문으로 중단했던 선거운동을 12일 재개했지만, 이번엔 당에서 자진 사퇴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박수현 전 대변인은 지난 5일 안 전 지사 성폭행 파문에 선거운동을 중단했다. 박 전 대변인과 안 전 지사는 친구관계로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충격이 채 가시기 전 이번엔 박 전 대변인의 불륜 논란이 터졌다.
박 전 대변인은 전날(11일) 눈물의 기자회견에 이어 12일 자신의 SNS에 "동지란!"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양승조 의원님, 복기왕 전 시장님께 부탁이 있습니다"라며 "제가 청와대를 벗어나 충남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아팠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모범을 보이겠다고 참고 또 참으며 청와대 대변인답게 품격을 갖추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벼랑에서 떨어지는 동지를 향해 손 좀 잡아주시면 안 됩니까?"라고 호소했다.
박 전 대변인은 "당 지도부에 두 분이 함께 우리 셋이 아름답게 경선할 테니 박수현 동지에게도 기회를 주면 안 되겠냐고 요청 좀 해 주시면 안 됩니까?"라고 부탁하며 "그런 민주당을 보고 국민은 얼마나 행복하시겠습니까? 당원님들은 얼마나 큰 자부심을 느끼겠습니까? 꿈일까요?"라고 부탁했다.
박 전 대변인의 이런 부탁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자진 사퇴 요청'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최고위는 비공개회의를 하고 박 전 대변인에게 자진사퇴를 권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우원식 원내대표, 안규백·윤관석 최고위원 등이 박 예비후보를 만나 용퇴 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변인은 사안 자체가 대단히 심각하다"며 "당으로서는 이 사안 자체를 엄중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비공식적 대응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박 전 대변인의 전날(11일) 해명에도 '자진 사퇴' 카드를 꺼낸 데는 정치적 계산으로 보인다. 최근 자당 소속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미투가 잇따라 터지자 '당과 무관'하다는 인식 제고와 함께 '성 추문'이 제기된 후보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는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대변인은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SNS를 통해 동지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과연 박 전 대변인이 당의 결정을 수용할지 아니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선 11일 박 전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사실무근의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 부인 박 모 씨와 민주당 당원 오영환 씨가 주장한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박 전 대변인은 "기획 날조 된 명백한 허위사실이다. 권력을 이용하거나 폭력으로 성을 착취하는 '미투'와 '공작정치'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면서 "오 씨와 전 부인 등은 제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하던 2017년 7월 수백억 원대의 권력형 부정청탁을 했다. 이들의 요구를 듣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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