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TF비하인드] "거 봐라" 트럼프, 김정은 회담 수락 '막전막후'

  • 정치 | 2018-03-10 00:00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은 9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은 9일 오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5월 내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청와대 제공

트럼프 '4월' 말했다가 靑 '5월' 건의 받아들여…'정의용 발표' 제안도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이야기를 듣고, 주변 참모진을 둘러보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실장은 9일 오전 9시(한국 시각)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안에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수락했다. 예상을 넘은 성과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 실장의 면담 과정을 설명했다.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8일 미국으로 향했다. 2박4일 일정이었고, 미측 고위급 인사와 세 차례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일정은 방미 둘째 날(9일)로 관측됐다. 그러나 방미 첫날 '5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북미 회담'이란 결실을 얻었다.

◆ 트럼프, 정의용·서훈에 "빨리 만나자"…예상보다 빠른 면담

두 사람은 현지 시각으로 8일 오전 9시 50분께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어 오후 2시 25분께 백악관 내 회의실에서 정 실장은 허버트 맥매스트 국가안보보좌관을, 서 원장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일대일로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그리고, 오후 3시부터 30분간 양측은 '2+2' 회동을 했다.

이후, 오후 3시 10분부터 미 정부 각 관료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맥매스터 보좌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설리번 국무부 차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 미 측 인사 20여명이 배석했다. 우리 측에선 정 실장과 서 원장과 함께 조윤제 주미대사가 자리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만나자'고 알려온 것이다. 김 대변인은 "원래 현지 시각으로 목요일(8일)이 아닌 금요일(9일)에 만나기로 일정을 조율 중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빨리 만나길 요청해 왔다"고 전했다. 당초 미 관료들과 회동은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예정돼 있었으나, 15분 앞당겨 마무리했다.

◆ 김정은 "트럼프 만나면 큰 성과 낼 수 있을 것"…정의용 '구두' 전달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료들이 정 실장의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 관료들이 정 실장의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오후 4시 15분께 정 실장과 서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 내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로 자리를 옮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은 45분간 진행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존 설리번 국무부 차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 12~13명이 참석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기까지 오게 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큰 힘이 됐다. 그 점을 높이 평가한다. 우리나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목사 및 신도 등 5000명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말씀을 하셨다. 문 대통령이 저를 여기 보낸 건 지금까지 상황을 보고 드리고, 앞으로도 한·미 간 완벽한 공조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로서 김정은 위원장과 지난 5일 면담한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정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보니 솔직하게 얘기하고 진정성이 느껴졌다. 물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미국이 받아주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조기에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 위원장의 '친서(letter)'를 전달한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대신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 정의용 백악관 발표, 트럼프가 제안…文대통령에게 전화로 보고

정의용(가운데) 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정의용(가운데) 실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의 회담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했다. 그는 주위 참모들에게 "거 봐라. (북한과) 대화하는 게 잘한 것이다"라고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곧바로 정 실장은 미국 NSC 관계자들과 약 2시간 동안 발표할 문안을 조율하고 합의했으며, 청와대에 연결된 백악관 전화를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했다.

오후 7시께,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5월까지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고 한 의사를 직접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 실장에게 "여기까지 온 김에 한국 대표들이 직접 오늘의 논의 내용을 한국 대표의 이름으로 이곳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를 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제안은 워낙 갑작스러워서 정 실장도 문 대통령에게 이를 보고드릴 경황이 없었다. 일단 수락을 하고 맥매스터의 방에서 합의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김정은과 만남 '4월' 얘기했다 靑 '5월' 건의 받아들여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북미정상회담 계획'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처음에는 4월 얘기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을 얘기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에 정 실장은 "우선 (4월 말 예정된) 남북이 만나고 난 뒤 그 다음에 북미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말했고, 이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미국 시각으로 10일 오전 미 관계자와 조찬을 하면서 후속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11일 귀국 후에는 서 원장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이 3월 12일부터 이틀간 일본을 방문해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ar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