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 제대로 충남에 먹칠…정치인들 겉과 속 다르다는 것 다시 느꼈다"
[더팩트ㅣ충남 홍성=신진환 기자]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충청도 수장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현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의혹에 휩싸이면서 충남도청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소속 직원 30대 김모 씨는 5일 "안 지사의 성폭행 폭로와 관련해 동료들이 특별히 언급하진 않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느껴진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동료의 피해는 없냐는 추가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전 충남 홍성군에 있는 도청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도지사실과 비서실이 있는 청사 5층은 취재진이 꼭 들려야 하는 '단골 장소'였다. 비서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그 앞에는 조간신문들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갑자기 언론의 주목을 받는 탓인지 소속 공무원들은 취재진을 의식하는 눈치였다. 특히 여성 공무원들은 취재진이 몰려 있는 도지사실 앞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 언론사의 인터뷰를 염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비서실 옆에 마련된 '도지사가 추천하는 책'을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모두 10권이었는데 자신의 자서전 '콜라보레이션'이 포함돼 있었다. 눈길을 끄는 책은 따로 있었다. '빨래하는 페미니즘'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는 책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 책들은 여성들이 겪어온 여러 차별과 성 평등에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자신을 보좌하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안 지사가 '페미니즘' 문제를 다룬 책을 추천했다? 결과적으로 '책 속의 이상과 현실은 괴리감'이 느껴지며 답답했다.
오전 8시가 가까워지자 공무원들의 출근길 행렬이 이어졌다. 직원들은 그저 조용히 각자 사무실을 향할 뿐이었다. 다들 공무원으로서 행동을 조심하는 듯했다. 청사 밖에서 만난 한 직원은 "무엇보다 피해자가 받았을 고통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 사태가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선 "평소와 다름없는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청사에서 만난 도민들은 안 지사의 의혹에 대해 분개했다. 민원업무 차 도청을 찾았다는 부여군민 최모(51) 씨는 "안 지사에게 완전히 속았다. 괜찮은 사람인 줄 알고 지지했는데 이번 일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법대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예산에 거주하는 정윤호(55) 씨는 "안 지사가 제대로 충남에 먹칠했다. 피해 여성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면서 "정치인들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개인 신상을 이유로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며 도의회에 사퇴통지서를 제했고, 즉시 수리됐다. 도정은 남궁영 행정부지사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된다. 지사가 추천하는 책들은 모두 치워졌다. 남 지사는 다시 도청으로 돌아오기가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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