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계광장에 당 추산 15만 명 운집… 보행로 막히고 '어수선'
[더팩트ㅣ청계광장=이원석 기자] 불편했다. 아슬아슬했다.
자유한국당은 26일 도심 한가운데인 서울 청계광장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당원들로 인산인해였다. 한국당 추산 15만 명이 결집했다. 10만 인원을 예상했던 한국당으로선 매우 성공적인 대회였다.
그러나 시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행사장이 보행통로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많은 인원이 도심 한가운데 결집하면서 보행통로가 꽉 막혀 지나다니기가 힘들었다. 당원들은 저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다녔다. 크기가 큰 피켓은 보행자들에게 위협이 됐다. 실제 기자는 걷다가 수차례 피켓에 부딪혔다.
이날 행사 전 약 1시간 전부터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당 인사들의 발언 장면이 동영상으로 흘러나왔다.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귀를 찔렀다. 평일 오후 3시, 주변엔 빌딩들이 즐비했고,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는듯했다. 근처 한 빌딩에서 근무한다는 이시홍(33·강동구) 씨는 "소리가 너무 커서 일을 하는 데 집중이 잘 안 된다"면서 "왜 업무 시간에 이런 행사를 꼭 여기서 진행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오후 3시가 되자 애국가 제창과 천안함 전사자들을 위한 묵념을 진행한 뒤, 이번 김영철 방한 반대 사안에 앞장 서고 있는 김무성 의원이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섰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김영철을 초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며 "북한의 가짜 평화공세를 봉쇄하고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영철은 전범이다. 전범을 재판정에 세워서 살인 선고를 해야 할 대상과 마주 앉아 대화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판문점 회담과는 뭐가 다르냐고 묻는 민주당 의원들은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외쳤다.
이어 홍준표 대표도 "김영철은 평화 시에 공격했기 때문에 전범도 아니고 그냥 살인범"이라며 "요새 문재인 대통령을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행사장 열기는 뜨거웠다. 당원들은 당 인사들의 연설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환호하며 호응했다. 높이 솟은 피켓들과 태극기, 성조기도 휘날렸다.
그러나 고개를 돌리자 눈살 찌푸려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청계광장에 우뚝 선 소라탑 주위 화단을 당원들이 점령한 것이었다. 사회자는 그 모습을 보고 "원래 거기는 올라가면 안 되는데…"라고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행사가 끝나고 당원들이 떠난 자리에는 밟힌 풀들만 남았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근처 여러 카페에는 한국당 당원들이 가득했다. 행사 이후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쓰레기와 테이크아웃 커피잔들이 그대로 놓여있었다. 카페 점원에게 '저 쓰레기들은 무엇이냐'고 묻자 점원은 한숨을 푹 내신 뒤 "죄송하다. 방금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이 놓고 간 쓰레기다. 얼른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안전 문제도 있었다. 대로변에 계속해서 대형버스들이 멈춰 섰고 당원들이 내렸다. 그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동안 경찰관들은 '아슬아슬'하게 도로 가운데 서서 차량을 통제해야 했다.
시내버스는 당원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로 인해 버스정류장에 멈춰 서지 못하고 도로 한가운데서 시민들을 하차시켜야 했다. 이 같은 풍경은 행사가 끝난 뒤 당원들이 버스에 올라탈 때도 다시 재연됐다.
아울러 행사에 참여한 일부 당원들은 청계천 위 다리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걸치고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고 인파가 몰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듯한 위험한 모습이었다.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행사장을 지나던 방모(65·성북구) 씨는 "이분들(한국당)의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좀 민폐를 끼치는 것 같다"면서 "위험하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불편함을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북한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방한 저지 통일대교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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